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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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미학 
  • 최동철
  • 승인 2023.12.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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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대설(大雪)이다. 본격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써 이제부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예부터 대설에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이다.

 형상마저 다채로운 눈은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상징이지만, 차가움과 냉정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과 상실, 아름다움과 추함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알맞게 내릴 때는 눈꽃의 축제일 수 있지만 과하여 폭설이 되면 엄청난 재앙이 된다. 비닐온실이 무너져 농작물과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세계사의 흐름마저 바꾼 적도 있다.

 181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침공하여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려 했다. 하지만, 그해 겨울, 러시아에 폭설이 쏟아졌다. 많은 병사가 병에 걸렸고 동사했다. 결국,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패퇴하고, 제국은 몰락했다.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도 소련을 침공하여 유럽을 지배하려 했다. 

 1941년 6월, 독일군은 소련을 침공했다. 하지만, 12월에 소련에 폭설이 내렸다. 폭설과 동장군에 대비하지 못했던 독일군은 패퇴했고, 패전국이 됐다. 한국전쟁에서도 폭설이 전세를 바꾸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공산군이 두 번째 남진할 때였다. 공산군은 다시 수도 서울을 점령했고 한국 정부와 민간인은 또다시 남하 피난길에 올랐다. 이른바 1 · 4 후퇴이다. 

 하나 1951년 1월 남한 전역에 폭설이 내렸다. 공산군의 진격은 더뎌졌다. 눈으로 인해 군수품 보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병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 결국, 북한군은 서울에서 후퇴해야 했고, 이로 인해 한국전쟁의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이외에도 폭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있다. 폭설은 자연재해이지만, 때로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근래에 보은군에 가장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던 때는 1981년 1월 24일이다. 무려 76cm라는 눈이 내렸다. 두 번째 꼽히는 폭설은 2003년 1월 25일이다. 59cm의 강설량을 기록했다. 세 번째는 2010년 2월 1일이다. 53cm의 적설량이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하면서 폭설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요즘의 정치 상황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눈의 상징의미를 빌려 빗대보자면 녹아내리는 눈처럼 지저분하고, 추잡하다고 평론하고 싶다. 국민의 뜻을 헤아려, 나라를 잘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제멋대로 하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찬 미래를 심어주기는커녕, 퇴행과 분열과 갈등만을 조장한다. 내릴 때 눈처럼 깨끗해야 할 정치가들이 폭설이거나 녹아버린 눈처럼 지저분하게 행동한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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