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잡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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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잡수셨습니까?
  • 이장열 (전)성균관석전교육원장
  • 승인 2023.11.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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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만났을 때 “안녕하십니까?”하고 말문을 트는 인사를 하는데 이 말은 “평안하십니까?” 혹은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등의 의미다. 
이런 인사말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삼국시대, 고려시대에는 뭐라고 했는지도 궁금하다. 
영어 사용국 사람들은 아침인사말로 “굿 모닝”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말인데 독일인이나 서반아어를 쓰는 사람들도 같은 뜻인 “구텐 모르겐”이나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아침입니다”하면 기분 좋은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하면서 당신도 나와 똑같은 기분이기를 바란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상대방도 역시 같은 말로 답례를 한다. 물론 잘 아는 사이라면 그저 날씨에 관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면서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데 이런 인사말과는 달리 아침에 대뜸 “아침 잡수셨습니까?”라고 한다면 이를 인사말로 이해 못하는 서양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미 먹었으면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 대답해야 할 것인데 그 뒤가 허전하다. 그 대답으로만 끝난다면 너무 싱겁고, 당연히 저쪽 상황도 물어보는 것이 예의다. 같이 식전인 경우, “식사하러 갑시다” 하겠지만 요즈음은 호텔을 제외하고는 아침식사를 내놓는 대중식당은 거의 없다. 특별히 “새벽해장국집”이나 찾으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그렇지도 못할 때는 “말짱 황!”인 소리들만 오고간 것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식사를 했느냐고 묻는 것이 인사말이었던 때가 있었다. 젊은이들은 피식거리겠지만 실제로 그런 인사말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내 어린 시절 시골동네에서는 아침에 어른들을 만나면 “어르신, 아침 자셨(잡수셨)습니꺼(까)?”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그래, 나는 묵었다. 니(너)도 묵었나?” “예, 지(저)도 묵었심더(먹었습니다).” “아, 그래” 하고 영감은 길에다 가래침을 탁 뱉곤 했다. 이른 아침의 이런 모습은 거의 일상이었다. 전 국민들이 거지신세였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후 혼란기 지독한 가난의 역사의 산물이었다. 농민들이 뼈빠지게 일해도 가을추수 때 관에서 나와서 “공출”로 걷어가고 나면 ‘춘궁기’에는 “때꺼리”가 없어서 끼니를 거르는 집들이 많았다. 백성들은 순사들의 눈을 피해 “무주공산”에 가서 송기를 벗겨서 죽을 끓여먹는 초근목피 생활이었다. 자고 나면 누렇게 뜬 얼굴에 휑한 눈을 하고서 서로가 아침식사나 했는지 궁금해서 묻는 말이 “아침 먹었느냐?”는 인사치레였다. 이런 인사치레 말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점심때는 “어르신 점심 자셨습니꺼”, 또 저녁에는 “어르신 저녁 자셨습니꺼”하고 인사를 했다. 하루 종일 “먹었냐?” “먹었다” 인사가 오갔다. 백성들은 배부르면 큰 걱정은 없다. “태평성대”다. 사람의 삶이 “衣食住” 생활이라고 하나 실은 “食衣住”, 곧 먹는 일이 첫째다. 백성들의 食衣住 문제는 위정자들에게 달려있다. 조선왕조이후 지금까지 최악의 왕은 수많은 충신들을 죽이고 영세불망의 사륙신 생육신을 만들어내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세조)인데 그는 그저 역적이었을 뿐 재위 중 업적이 없다. 이곳 보은 땅에 딱 한번 왔다간 것을 가지고 역사에 무지한 공무원들이 “세조길” “세조상”을 만들어 긍정적으로(?) 회상케 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 병자호란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무능한 인조, 왕조 말기 일제에 나라를 뺏겨 백성들을 노예로 만든 고종 등이 모두 역사에 없었어야 할 존재들이다. 해방 후에는 인민들을 수백만 명이나 굶겨 죽인 북한의 독재자 金家 3代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에도 그런 재앙들이 있다. 수백만 백성들을 죽인 6.25전범에게 돈 갖다 주고 평화를 구걸한 비겁한 자, ‘억지 부리기’, ‘내몰라라 발뺌’, 돈받고 도둑 보호하는 찌꺼기 판사들, 후손에게 수백조의 빚을 물려주고 무지한 민심표 얻어 “한 30년” 해먹으려는 패거리들이 바로 그들이다. 앞으로 다시는 먹었냐, 먹었다 같은 인사가 횡행하는 사회가 오지 않도록 눈뜨고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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