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 샛노란 은행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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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문턱, 샛노란 은행잎 
  • 최동철
  • 승인 2023.11.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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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산과 들녘에 단풍이 한창이다. 곧 마감할 한 해를 결산하듯 제마다 만들어낸 멋들어진 색조를 뽐낸다. 붉고, 노랗고, 새빨갛고, 샛노란 단풍이 서로 어울려 파노라마 장관을 연출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보은군 내 산재한 국도, 지방도로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이 같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가보자. 양쪽에 줄 서 있는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가관이다. 그 아래 수북이 쌓인 은행잎이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휘날릴 땐 “야~!”하는 환호성이 절로 나올 만큼 경이롭다. 어떤 이들은 가던 차 멈춰 세우고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은행알을 주워 불로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행알에는 독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은행나무는 현존하는 은행나무문 식물 가운데 유일한 한 종류로 남아있다. 은행나무의 지구 출현 시기는 고생대 페름기(2억8000만 년 전)로 추정된다. 지구 생명체의 탄생 진화과정 중 공통 조상인 단세포에서 엽록체 유무에 따라 동물과 식물로 분화된 기점은 약 15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그때로부터 약 12억8000만 년 후에 탄생했다.

 즉, 은행나무는 동물과 식물의 분기점 이후에 탄생한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종류에 속한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오랜 역사와 진화를 거친 식물이다. 중생대 쥐라기, 백악기, 신생대 이후 마지막 빙하기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환경적응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꽃말마저 장수, 장엄, 정숙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은행나무에서는 꽃을 볼 수 없다. 겉씨식물로,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 겉씨식물의 꽃과는 암술과 수술이 분화되지 않은 단성화로, 꽃부리와 꽃받침의 꽃덮이가 없고, 꽃잎도 퇴화했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수령 20년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구분할 수 있다. 암나무에만 은행알이 달린다.

 어쨌든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 훨씬 이전, 까마득한 시절에 탄생하여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하며 생존해온 은행나무는 그만큼 독특한 특성이 있는 식물이다. 현대 문명에서 배출된 각종 공해오염에도 강할뿐더러 더하여 공기 정화까지 해준다. 가로수로 사용되는 이유다. 또한, 은행알은 항산화, 혈관 확장, 호흡기질환개선, 뇌 기능 개선 작용 등 약재로 활용된다.

 반면 은행나무에는 병해충이 없을 만큼 무서운 독성도 있다. 시안 배당체와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시안 배당체는 청산가리와 같은 독성물질로, 구토, 설사, 복통,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메틸피리독신은 비타민 B6의 대사를 방해하여 신경계에 손상을 준다. 섭취 시 경련, 혼수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은행나무 독성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그것도 과다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가로수 은행알 줍는 이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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