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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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찬가
  • 이장열 (前)성균관석전교육원장  
  • 승인 2023.10.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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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같이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장이 떠있다. 체로 친 듯 맑은 바람이 불어오니 수억만 개의 벼이삭들이 온 들판을 움직인다. 가을독사를 조심하라는 말을 뒤로하고 들뜬 마음으로 환한 황금빛으로 물든 환희의 공간으로 나왔다. 저것은 농부들이 1년 동안 땀흘린 노고에 대한 보답이며 신의 축복이다. 가슴 뿌듯한 감격의 10월 풍경이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매년 이맘때에는 온 나라백성들이 모여서 하늘에 제사지내고 즐겁게 춤추었다. 벼뿐만 아니라 사과, 대추, 포도 등 백과가 익어 넘치고 외딴 산에서는 홀로 자란 머루와 다래가 기다리고 있다.
온 세상에 풍요가 넘치고 흥겨운 사람들은 덩실 춤으로 들먹인다. 옛날 부족국가시대부터 매년 10월에 임금이 제사장이 되어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천(祭天)행사가 열렸으니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과  삼한의 제천행사 등이 그것이었다. 수렵이 중요한 부여에서는 농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렵이 시작되는 12월에 제천행사가 행해졌다. 온 나라가 밤새워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대축제의 장이었다.
추석에 조상님들께도 정성들여 차례를 올리니 선조나 자손들 모두가 즐겁지 않았겠는가? 제사의 방법과 절차는 신을 모시는 법, 제물을 차리는 법, 술을 올리는 법, 절하는 법, 신을 보내는 법 등 무척 난해하고 어렵다. 처음에는 아주 없었거나 간단했던 것을 후세에 사람들이 새로 만들고 덧붙이고 해서 복잡해진 것이다. 그런 탓에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제사지내는 모습이 무척 지루하게 느낄 뿐이다. 애들은 빨리 제사가 끝나고 제상에 있는 떡과 밤, 대추를 먹을 생각뿐일 것이다. 천신(天神), 지신(地神), 성신(星神), 조상신(祖上神) 등 말들 하지만 신(神)은 정성이 있는 곳에 깃드는 법이다. 제사상에 아무리 많은 음식들을 화려하게 쌓아놓아도 정성이 없으면 신은 오지 않는다. 정성이 곧 신인 것이다. 아무리 법도에 완벽을 기해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도 역시 정성이 없으면 허사(虛事)다.
지금의 제례의식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으로 법식을 만들고 하나하나 더해가서 복잡한 제사 예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예법이 지역에 따라 대소 다른 것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상에 오르는 제물의 진설순서뿐만 아니라 올리는 꿇어앉는법, 절하는 법이 조금씩 다를수 있다.
특히 술잔을 들고 몸을 흔들며 빙글빙글 돌리는 사람도 있다. 돌리는 방향이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사소한 문제 즉, 젓가락을 가지런하게 놓기 위해 상에다 세 번 두드려야 한다느니 한번만 해도 된다느니 하는 것 까지 시비를 걸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제사 때는 떠들거나 함부로 웃거나 하는 짓은 금물이다. 앞에서 말한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는 문제도 그렇다. 경건하게 술잔을 높이 들어(자신이 낮음을 의미) 조용히 상에 갖다 놓으면 될 것을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는 꼴사나운 짓은 몸도 흔들려 난잡하고 덩달아 술도 쏟을 수 있는 법, 도대체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그런 법식을 생각해내고 행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길길이 뛰는 무당춤을 보고는 움직이고 흔들어야 신이 온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잘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부모가 “느그들 사이좋게 잘 살아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자기네들은 제삿밥상을 차려서 윗목에 밀쳐놓고 이불속에 들어가 둘이 꼭 껴안고 자버린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생략한 것 아닐까? 부모의 유언이 그렇더라도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정성도 보이지가 않으니 말이다. 부모 죽은 날 둘이서 이불 펴고 자버리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싶다. 부모에 대한 정성이 없는 무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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