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에 정이품송 가지 또 부러져
상태바
태풍 ‘카눈’에 정이품송 가지 또 부러져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3.08.17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이품송 부러진 가지 2개, 눈물을 머금고 절단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 가지.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 가지.

지난 10일 보은군 속리산면의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 가지 2개가 제6호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졌다.
 군에 따르면 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가운데 10일 오후 1시30분쯤 정이품송 북쪽 가지 2개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한 가지는 길이가 3~4m, 또 다른 가지 7m 정도의 크기다.
 이날 오후 정이품송이 위치한 속리산면 상판리 일대에 초속 18.7m의 돌풍이 불었음을 감안해 보은군은 정이품송 가지가 부러진 원인을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이품송이 있는 속리산 입구 주변 바람은 계곡풍이어서 다른 곳에 비해 바람이 강하다”라며 “카눈 북상으로 비가 내려 가지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강한 바람이 몰아쳐 부러진 것 같다”고 했다.
 보은군에서는 곧바로 조치에 나서서 지난 11일 이번에 꺾인 속리산 정이품송의 가지 2개를 잘라내고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방부처리를 했다.
 군은 애초 태풍 피해로 꺾인 가지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환부가 비틀어지며 찢겨나간 상태여서 되살리기 어렵고, 환부에 빗물이나 병균이 들어 갈 경우 오히려 추가적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해 눈물을 머금고 이같이 조치했다.
 정이품송의 피해 소식을 들은 최응천 문화재청장도 속리산을 방문해 부러진 가지를 확인하고 정이품송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이같은 조치에 함께했다. 보은군과 문화재청은 정이품송을 지키기 위해 해마다 잔가지를 정리하고 영양제 투여와 병해충방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원뿔꼴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정이품송은 노쇠한데다 이번처럼 온갖 풍파를 겪는 등 수난에 지속되고 있어 모든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이품송은 1980년대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이해 10년 가까이 방충망을 뒤집어쓰고 투병했다. 하지만 수세가 약화한 탓에 태풍·폭설 때마다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1993년 2월에는 지름이 26㎝나 되는 서쪽 큰 가지(지름 25㎝에 길이 6m)를 잃은 데 이어 5년 뒤 바로 옆의 지름 20㎝짜리 가지가 말라 죽으면서 원뿔꼴의 정이품송 모습은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또, 2007년과 2010년 돌풍으로 지름 20㎝ 안팎의 가지가 부러졌다.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지름 18㎝ 서북쪽 가지 하나를 더 잃었다. 이듬해에는 솔잎혹파리가 날아들면서 잎이 누렇게 말라 죽는 피해를 입었다. 불과 2년전인 2021년에도 강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다.
 속리산을 대표하는 명물 정이품송은 1464년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 모습.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 모습.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을 살피는 보은군 관계자들.
태풍 ‘카눈’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을 살피는 보은군 관계자들.
부러져 절단한 정이품송 가지를 살피는 문화재청 관계자.
부러져 절단한 정이품송 가지를 살피는 문화재청 관계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