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미학 
상태바
쌀의 미학 
  • 최동철
  • 승인 2023.08.17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83>

 지난 주, 태풍 ‘카눈’이 위용을 과시하며 휩쓸고 지났음에도 들녘의 벼들은 아랑곳없이 꼿꼿하다. 굳센 의지의 왕성한 성장기에 있어 그럴 것이다. 하기야 모든 자연 산물은 우주의 온갖 것을 포용하며 자란다. 쓰든 맵든 달든 모든 것을 속내로 받아들여 에너지로 재탄생 시킨다.

 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 중 하나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 거주민의 주식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가도 높다. 밥 죽 떡 면 술 과자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화장품, 약품,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쌀의 가치는 일일이 따질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품이다. 쌀과 대척점에 있는 게 ‘밀’이다. 밀은 유럽 북미 남미에서 주로 재배된다. 쌀과 밀 모두 탄수화물의 좋은 공급원이지만, 영양성분과 요리법에 있어서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쌀은 밀보다 비타민 B군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반면 밀은 단백질이 많다. 쌀은 밀보다 아밀로스가 많아 소화가 잘 된다. 밀은 쌀보다 글루텐이 많아서 빵, 파스타, 과자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쌀은 밀보다 혈당지수가 낮다. 어쨌든 쌀과 밀 중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테면 혈당이 높은 사람에게 매조미쌀(현미)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반면 단백질이 필요한 사람은 밀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헌대 문제는 현대의 먹을거리 대부분이 간단히 조리할 수 있고 저장이나 휴대에도 편리한 즉석가공식품이라는 데 있다.

 젊은이들 일수록 달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인스턴트식품의 주 식재료는 밀이다. 그러다보니 쌀밥을 기피하는 사회현상마저 생기게 됐다. 밀수입은 늘고 쌀 소비는 줄어들어 재고가 쌓이고 쌓이게 됐다.

 1970년대 전후만 해도 우리나라는 쌀이 부족해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쌀이 남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쌀 소비량은 1970년 1인당 136.4kg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21년도는 59.2kg, 작년엔 56.7kg로 줄어들었다.

 보은군은 충북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기후도 알맞고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14,870톤의 쌀을 생산했다. 1인당 쌀 소비량도 평균보다 높은 62.5kg이다. 하지만 아마 현재 공공비축미 재고는 약 2,000톤이 산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 

 왕년엔 민요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토종 ‘청산보은의 대추찰벼(조도棗稻:진한 붉은색의 찰벼)’를 알아줬지만 지금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삼광’과 ‘대보’다. 두 품종 모두 밥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 다만 삼광은 대보보다 밥이 찰지고 오래 유지 된다. 대보는 밥맛이 부드럽다.

 내일 8월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을 얻으려면 88번 농부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