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티켓제' 로 빗나가는 보은사회
산업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성숙의 일탈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대인들은 그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유흥업소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는 것을 치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매우 짙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에 발맞춰 산업 또한 제조보다는 서비스업종이 성행하고 종사자들 또한 힘들게 기름때 묻히며 일하는 노동보다는 소위 스마일 노동으로써 전환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런 형상은 보은사회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방업소가 면적과 인구에 비해 매우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다방의 일방작인 증가는 계속적인 이농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다방을 찾는 이는 꾸준히 늘고 수입면에서도 전에 없는 증가를 가져오는 기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볼 때 주민들의 의식이 불러온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이들의 기호에 맞춘 업소 및 종업원들의 영업행위 때문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다방업의 허가가 완화되기 시작한 89년부터의 다방영업 실태와 주민들의 이용행태를 살펴 지역사회의 건전한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60년대 초만해도 군내에는 다방이 거의 없었고, 반면에 술집이 활성화되어 군내 일원중 탄부 임한에 3집, 내속 사내리 속리산 철거촌(속리산 구 길)에 5집, 보덕중학교 근처에 6집, 보은읍 동편에 15집 정도의 요정과 같은 술집이 있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텍사스 촌이라 부를 만큼의 환락가로서,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30여명의 아가씨를 두고 뭇 남성을 불러 들였다.
그러나 75년 이후 다방억제 정책이 완화되면서 다방업소는 증가하기 시작했고 구인난에 허덕이는 다방업소로 술집 아가씨들이 자리를 옮겨가기 시작, 다방업은 번창일로에 서게 되고 술집은 자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80년이후 다방업 허가의 자율화 조치로 다방은 급격히 증가 되었다. 한재 인구 5백6천3백78명인 보은의 다방업소는 82곳으로, 인구 7만3천3백1명의 옥천 46곳, 인구 8만6백38명의 영동 60곳과 비교해 볼 때 인구가 많은 타 지역보다 매우 많은 수의 다방이 문을 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형편인 다방 종업원의 임금은 점점 높아져 현재 숙식비를 포함해 처음 일하는 사람의 경우 임금이 70만원선, 경력이 있는 사람은 1백만원, 미모가 좀 빼어나다 싶으면 1백10만원에서 1백20만원까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한달 가량 있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지만, 길게는 4∼5개월까지 한 곳에 머무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보은에 온 지 한달 정도 되었다는 다방 종업원 권모양(22)은 "다방에서 일한 지 1년정도 되었는데 다들 철새처럼 이곳 저곳을 옮겨다닌다"며 "빠른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 옷가게나 미장원을 차려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닦는 것이 우리같은 직업여성들의 꿈"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직업안내소의 소개로 일자리를 얻고 있는데, 군의 읍내 다방에는 보통 3·4명, 면단위 다방에서는 1·2명의 아가씨들이 일하고 있어 보은의 전체 다방에 종사하는 여 종업원은 모두 2백명이 넘는 숫자로 파악되고 있다. 보은읍에 있는 여 종업원들에게 나가는 한 달 인건비가 1억원 정도로 산출되고 있는 것을 볼 때 군 정체의 종사자들까지 포함한 다면 엄청난 돈이 인건비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주민들은 누구나 '얼마나 장사가 잘 되기에'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편다방 종업원들에 의하면 다방에 차를 마시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종업원들과 음담패설적인 농담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고, 겉으로 보기에 점잖은 사람들이 용돈으로 쓰라면서 몇십만원씩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진풍경과는 별도로 특히 한 점에 노출되고 있다. 차를 마시러 다방으로 오는 사람은 드물고 거의 전부라 할 만큼 주무성 차 심부름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방문화의 한 패턴이라 할 수 있는 이것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어떤 행사 끝에 식사를 하고 나면 의례적으로 차 배달 요구를 접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여관으로의 차 배달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종업원들의 말이다.
차를 시켜놓고는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 두 시간, 많게는 4시간까지 업무외의 행위를 다방 종업원에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소측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금액지불을 요구하게 되는데 흔히 티켓제로 불리우는 것이 그것이다. 이 봉사료는 처음 4,5천원이던 것이 요즘 1만원으로 올라, 이 형식으로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도 엄청난 액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방안에 은밀하게 방을 꾸며 노름이나 술마시는 장소로 제공하고 있는가 하면, 손님의 봉사 요구에 다방 종업원들은 술심부름 뿐만 아니라 야유회 동참, 나이트클럽에서의 춤상대, 심지어는 여관, 여인숙 등에서의 매음 행위까지 다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군내 여관, 여인숙, 유흥음식점등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보은군 다방협동조합 김병욱 조합장(46)도 "사회에서 티켓이라고 부르는 용어는 매춘부들에게나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방 종업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손님의 접대 요구에 응하는 것은 단지 손님에 대한 봉사일 뿐"이라며 "계모입이나 회식을 끝내고 차 좀 갖다 달라고 차 주문을 하는 손님들은 차 접대외에도 술시중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종업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천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군 관계자는 "영업행태의 변천에 따른 티켓제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피려 하지만 적발규정이 없고 현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단속은 매우 어렵다"며 주민과 업소의 건전한 의식제고가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옥천읍의 27곳에 비해 보은읍의 36곳이라는 다방업소 숫자는 두 서너 집 건너 하나씩 있는 양적 팽창일변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다방측에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사실상 경쟁적인 운영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제는 새로운 다방문화의 형성이 필요한 때임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허가를 해준 군 당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설물 및 제반사항에 대해 검사를 하고 업소측에서도 사랑방 문화가 다방에 정착될 수 있도록 경제의식을 버리고 건전한 쉼터를 만드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즐기고 보자는 소비의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다방 종업원들에게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 티켓요구 및 성의 상품화 시각을 버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구성원으로서의 분담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싸움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봉사 행위라고 하는 소위 티켓제도 주민들이 응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만다. 문명의 발달만큼 정신 성숙도 꾀하는 진보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분명 보은이 안고있는 다방실태는 군과 다방경영자, 주민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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