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無主空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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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無主空山)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3.07.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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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공산(無主空山)! 민가는커녕 인기척도 없는 심심산중의 주인 없는 빈 산. 쓸쓸한 만년을 보내는 노인들이 외로운 심경을 표현할 때 곧잘 쓰곤 하는 말이다. 그 옛날 늙고 병든 어미를 지게에 지고 산속으로 들어갈 때 지개위의 엄마는 손에 닿는 솔가지를 하나하나 부러뜨리며 갔다. 혹시라도 사랑하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길을 잃을까봐 걱정한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그렇게 심심산중 고려장속에 버려진 늙은 어머니는 자식마저 가고 홀로 남은 산속에서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한없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도 자식도 원망을 않고 어머니는 그렇게 조용히 죽어갔다. 주위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뿐.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의 외로운 심경을 표현한 것이 “무주공산”이다.
등굽은 소나무 뒤로 숨은 달 잡으러 나선 태양마저 숨어버린 빈산에는 체로 친 맑은 바람만 으스스 이마를 스치는데 밝은 달은 산꼭데기 소나무위에 그림같이 얹혀있다. 모두들 다 어디를 갔나? 무서운 외로움과 절망감만 엄습해온다. 세상의 허무함과 무정함을 안고 늙은 부모는 산속에서 조용히 죽어갔다. 이런 임자없는 빈산(무주공산)에 눈독을 들인 일제는 1905년 통감부 설치 이후 본격적으로 전국에 걸친 토지조사사업을 벌였다.
이 토지 조사 사업은 1910~1918년에 일제가 식민 통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실시한 사업으로 무주물에 대해서는 선취득권이 인정되던 당시에 무주공산을 조사해서 국유로 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현행 우리 민법 제252조는 무주의 동산을 소유할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하고 있다. 다만 무주의 부동산은 국유로 한다. 그리고 야생하는 동물은 무주물로 하고 사양하는 야생동물도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가면 무주물로 분류하고 있다. 일제가 지배하던 당시 서구열강들 역시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범선을 몰고 나가서 원주민들을 무주의 동산인 야생동물로 생각하여 원주민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다가 노예시장에다 내다 팔아서 이득을 취했다. 원주민들이 사는 땅도 임자 없는 땅이 아니라 엄연히 임자가 있는 원주민들의 것이었다. 약유강식으로 혈안이되어있던 시절 이야기다.
땅에 대한 욕심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공통된 현상이지만 보잘 것 없는 행위임을 느낀다. 근년에 우리나라에서 쏘아올린 달 탐사선 “누리호”가 지구에서 100만 키로가 넘는 먼 우주공간에서 보내온 지구와 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았다. 아직은 지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달은 작게 보이고 지구는 크게 보였다. 그러나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창백한 푸른점”)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지구와의 거리가 무려 64억 키로미터였다. 토성의 고리 사이로 보이는 아득한 저멀리 미세한 한점 지구와 그 옆에 먼지같이 붙어있는 달의 모습도 확대에서 나타났다. 저것을 보고도 절대신을 믿는 마음이 우심하다면 더 말릴 수도 없다.
참으로 인간의 고집과 영생에 대한 욕심은 끝도 없나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무주공산에서 살리라. 세상에 외로운 사람들 모두 무주공산으로 오세요. 솔바람 소리 쌩쌩하고 여우가 캥캥거리고 낮꿩이 목쉰 울음을 들으며 산토끼가 뛰노는 무주공산으로 오세요. 외로움을 다스리는 약은 무주공산 밖에 없어요. 더 큰 외로움이 당신의 작은 외로움을 달래줄 거예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보니 임자 없는 달나라에 구획을 정해서 어느 것은 내것 어느 것은 네것 하고 나퉈가지는 그룹이 있다고 했다.
바야흐로 우주에 있는 뭇 별들도 무주물로 취급하여 서로 먼저 먹으려고 경쟁하는 우주의 땅따먹기 시대가 시작된 것 같다. 이때 우리도 뭔가 해야할 것이 아닌가? 그냥 우두커니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괜히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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