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단 집단사퇴서 제출, 왜 발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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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단 집단사퇴서 제출, 왜 발생했는가?
  • 보은신문
  • 승인 199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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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깊은 농정불신… 그 소리없는 표출
추곡 수매량의 감소로 농민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표로서 충실히 책무를 수행해오던 전국농촌 이곳저곳의 일부 마을 이장들이 집단 사퇴서를 제출, 농가정책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 되고 있다. 이는 우리 군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속리면 이장단이 지난해 11월 25일 추곡 수매의 추가배정을 요구하며 외속리면장에게 집단 사퇴서를 제출했다.

금년 들어선 지난 1월 7일 군내 미곡의 주산지인 탄부면에서 추곡수매의 증대를 요구하며 집단사퇴서를 제출했고, 또한 지난 1월 22일 삼승면 이장단이 사표를 제출, 군내 각 읍·면마다 이장단 집단 사퇴의 움직임이 일었다. 보은읍에서도 지난해 12월 집단사퇴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12월 25일 보은읍 이장단 회의를 서면으로 하는 등 행정기관에서 이장단 집단 사퇴를 막기위해 고심한 바 있다.

이처럼 이잘단들이 집단 사퇴를 결행한 것은 해방이후 40년 동안 처음 있는 일로 행정관청과 주민의 매개자요 심부름꾼으로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고뇌의 표출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탄부면 벽지리의 양현철이장은 "추곡수매량의 감소로 자녀들 학자금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땀 흘려 농사지은 보람도 없이 살길만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이장들은 당대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충실한 행정의 봉사자로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왔고, 심한 역사의 굴곡속에서도 순종의 미덕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같은 농민으로서 농민들의 불만을 진정시키느라 스스로의 감정을 꾹꾹 눌러만 왔던 이장들은 이제 곪을대로 곪아있는 농민 소외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번에 이장들의 집산사퇴를 부르게 된 것은 비단 추곡수매의 불만뿐 아니라 소위 준공무원으로서 수시로 하달되는 조사업무, 추곡·하곡 수매량 할당, 각종 정책 전달, 홍보 등 과다한 업무량에 시달려 온 것도 그 원인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잇따른 농정실패와 농정부재의 불신감 등이 농민들을 무력감으로 치닫게 했고 급기야는 이장들로 하여금 이장 포기를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에 이장단 집단사퇴를 야기시킨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일반벼의 추곡 수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부터 이다. 지난해 초 정부당국이 일반벼 재배를 권장함에 따라 재배면적을 늘렸으나 수매량이 제한되면서 농가의 어려움은 커졌다.

금년 1월 25일까지 추곡수매의 전국적 할당량은 통일벼 4백50석, 일반벼 4백만석으로 책정되었다. 군에 배정된 추곡수매량은 89년도 54만9천52가마였으나 90년도에는 26%가 감소된 40만6천8백33가마이다. 이중 통일벼는 89년도 41만5천8백30가마에서 23%가 감소된 32만3천33가마, 일반벼는 13만3천2백22가마에서 37%가 감소된 8만3천8백가마가 수매되었다. 이에따라 군내 농가에서 생산한 추곡의 상당수가 각 농가의 사라방이나 창고에 쌓여진 채 추곡수매의 추가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군내에서 생산한 통일벼는 32만4천8백26가마이고, 일반벼는 전체의 67%인 67만2천9백17가마로 총 99만7천7백43가마이다. 군내 통일벼 수매계획은 32만4천7백가마이나 금년 1월25일 현재 수매실적 결과는 32만3천33가마로 1천6백67가마가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군내에 배정된 통일벼의 수매할당량에 미달된 량으로 추곡수매가 끝난 것은 면단위별로 배정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내 읍·면중, 생산한 통일벼가 전량수매된 곳은 내북, 회북, 회남, 내속, 보은, 산외면이고 수매량이 초과돼 생산한 추곡이 남아도는 곳은 외속, 탄부, 마로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추곡수매 계획량을 달성하고 남은 여분의통일벼의 수매를 타면으로 이전하여 매상하는 것은 법적으로 묶여 수매량의 이전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또 통일벼의 추곡수매 할당량에 미달된 채 수매가 이루어진 면은 통일벼 대신 일반벼로 대치하여 수매해 줄 것을 요구하여도 법적제한으로 수매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일반벼도 지난해 생산량 67만2천9백17가마 중 12%인 8만3천8백가마만 수매하여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생산량에 비해 추곡수매량이 적게 책정되자 외속리면 장내리에 사는 박모씨는 "방앗간에서 찌어 팔 경우에는 가마당(40㎏) 7천원의 손실이 따른다"고 "그나마 미곡도 양질의 미곡이어야 팔 수 있어 큰 걱정"이라고 말한다.

이와같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추곡수매가 89년에 비해 감소 책정되고 가격도 한자리수만 인상되는 등 농민들의 최소한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이고, 그 불만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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