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산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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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산신령
  • 최동철
  • 승인 2023.06.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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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은 산의 정기를 받는다. 백두에서 한라산, 태백산맥 등 한반도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득한 옛적부터 산을 신성시 하고 숭상해 왔다. 산을 수호하는 인격화된 존재를 산신령, 산군이라 부르며 숭배의 대상으로 여겼다.

 산신령은 주변지역 농경사회에서 풍년과 흉작에 영향을 끼치는 믿음의 대상이 됐다. 화전민과 유목민에게는 약초나 사냥감이 풍부하고 안전을 기원하는 산신이다. 때론 자식을 점지해주고, 사악한 기운도 쫓아내는 길흉화복 관장의 지역수호신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송악산 산신령의 경우, 몽골 침공 때 산의 소나무가 일제히 사람이 우는 소리를 내게 해 몽골군이 “신이 있는 산이다”라며 혼비백산 했다고 한다. 또한 혜종의 외가지역인 나주 금성산의 산신은 삼별초를 진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해서 ‘정녕공’에 봉해지기도 했다.

 산신령은 주로 백발에 긴 수염의 할아버지로 묘사된다. 호랑이로 변신하거나 수하로 부리며 등에 올라타고 마실 다니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해코지는 하지 않는 편이며 오히려 도움이 간절한 이들에게는 기적을 베푼다. 효자에게 한 겨울 산딸기나 백년 묵은 산삼을 찾게 해준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신에 남녀구분이 없다. 긴 수염의 할아버지 산신령이 있는 반면 인자스런 할머니 산신령도 삼국시대 때부터 있었다. 첩자의 꼬임에 넘어가 적국 고구려에 가려던 신라 김유신을 구한 세 미녀가 서라벌을 지키는 세 산의 산신령이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조선시대 새 도읍지 한양 때부터 서울을 지키는 4방위 산신 중 북악산과 목면산(남산)은 부부산신이라고 알려진다.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잇고, 삼파수의 근원인 속리산과 마주보는 구병산도 부부사이로 묘사된다.

 옛 기록에, 속리산은 보은현에서 동쪽 44리에 있다. 사람 3천명이 않을만한 문장대에 가마솥만한 구덩이가 있는데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와도 많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좋은 물의 으뜸이다. 그 물이 금강, 낙동강, 달천으로 흐르는 삼파수다.

 조선시대 세조가 피부병 치료와 요양을 위해 속리산을 몇 차례 찾은 적 있다. 한 번은 타고 있던 가마가 길 옆 소나무 아래쪽 가지에 걸릴 것 같았다. 그래 시종들이 걱정하는 말을 했더니 알아들은 듯 소나무 스스로 가지를 높이 쳐들었다. 어가는 무사통과 했다.

 세조는 젊은 시절 조카와 형수를 무자비하게 죽이고 왕권을 찬탈한 바 있다. 헌데 지금은 악몽에 시달리는 늙고 병든 인생일 뿐이다. 혹여, 속리산 산신령이 당시를 반성하며 회한에 빠진 세조를 측은한 마음에서 소나무 가지를 그리했던 건 아닐까..?

 ‘속리산신화여행축제’가 내일부터 3일간 열린다. 속리산 산신제와 영신행차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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