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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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3.05.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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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고 발행 부수의 신문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여론조사 기관을 동원하여 <한국의 50대 주부는 왜 불행한가?>라는 주제로 특집을 게재한 바 있다. 전 세계 10개국을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하였는데, 유럽 3개국(프랑스, 독일, 덴마크), 동남아 3개국(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미주 대륙 4개국(캐나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같은 연령대 주부들에게 동일한 내용의 설문을 하였다. ‘나는 불행하다’에 손을 가장 많이 든 나라는 우리나라다. 한국의 20-30대 자녀들은 ‘혼자 컸노라’고 밖으로만 나돌고, 아직 은퇴 전인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 그런 와중에도 동창생과 친구들의 애경사 챙기기에는 여념이 없어서 귀가 시간은 항상 늦다. 그래서 50대 주부는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고 설 자리도 없다. 앞 만 보고 30년을 살아왔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불편한 마음에 병원을 찾으면 우울증이라는 진단이다. 산란이 멎고 육계 신세가 된 느낌 마저 든다. 그래서 딸 시집보내고 남편 퇴직하고 나면 이혼해서 혼자 자유롭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나는 행복하다’는 쪽에 가장 많이 손을 든 나라는 미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다. 동남아의 인도네시아다. 이 나라의 50대 주부는 거의 모두 행복하다고 답했다. 커피숍 스타벅스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커피숍이 많기로는 한국이 빠지지 않고, 인도네시아에도 많다. 이곳에서는 ‘스따르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연인들과 시험공부 중인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지만, 스따르벅은 부모 중심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들 모두 모이는 가족 단위 쉽터다. 그래서 주말이면 스따르벅은 항상 붐빈다. 열 식구가 와도 한두 잔의 커피와 두세 잔의 과일음료를 주문하여 조금씩 나누어 마시고 하루종일 널찍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즐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직장일 보다 가정사와 동네일이 우선이다. 웅아란이라는 도시에서 큰 학교를 운영하는 한국인 한 분도 처음에는 현지인 교사들의 조퇴와 결근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이 죽으면, 장례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 가지씩 맡아서 해 준다. 상을 당한 집에서는 문상객들에게 눈인사만 하면 된다. 부모와 처자가 아프다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열외가 된다. 유산 상속도 자녀들에게 고루 분배하지 않고 부모를 마지막까지 모신 자식에게 우선권을 준다. 인도네시아의 가정사는 50대 주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한동안 국가시책의 중심에 우리나라처럼 반공(反共)이 등장했을 때, 무신론자는 공산주의자로 분류되어 고초를 겪었다. 이 나라는 2억 8000만 인구(2022년)의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슬람 이외에도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 등 6대 국가종교가 있고, 까떼뻬(KTP)라 칭하는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종교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주창하는 것이다. 결혼법도 있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해야 하고, 관계 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13%에 달하는 이교도들도, 이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모두 결혼해서 잘들 산다. 자녀들도 많이 둔다. 결혼법에도 불구하고 이종교끼리도 결혼할 수 있도록 묵시적으로 여러 갈래의 샛길을 틔워 놓고 있다. 다문화 사회의 다분법(多分法)인 셈이다.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키우듯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새를 키운다. 비둘기도 많이 키운다. 무슬림들이 죽으면 모두 이슬람의 성지 메카를 향해서 매장한다. 우리가 3년상을 치르듯이 이 나라에도 천일제(千日祭)가 있다. 묘제인 천일제의 마지막 순서는 비둘기 한 마리를 공중으로 날려 보낸다. 3년 동안 땅속에서 살아생전의 잘못을 모두 뉘우쳤을 테니 이제 자유스럽게 날아가라는 뜻이다. 사람의 영역과 신의 영역이 있음을 말해 준다. 우리는 사람들의 영역에서 칼날 같은 이분법으로 상처가 많이 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01회 어린이날을 맞아 교육청 한 곳에서 관내 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아동 2579명을 대상으로 희망 사항을 물어봤다. 1340명의 아동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48.6%)라고 했고,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으로 ‘가족과 함께 있을 때’(46.1%)라고 답했다. 우리는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가정에서부터 소통과 배려를 가르치고, 부모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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