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아 깜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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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아 깜보쟈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3.04.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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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묘지에는 어디에서나 일 년 내내 하얀색 꽃이 피어나는 3-4미터 남짓한 높이의 관상목이 있다. 학명이 아데니움(adenium)인 이 꽃을 이곳 사람들은 붕아 깜보쟈(bunga kamboja)라 부른다. ‘캄보디아 꽃’이라는 뜻이다. 원산지는 중남미로 열대와 아열대를 거쳐서 널리 퍼져있다. 이 꽃은 플루메리아(Plumeria)나 프랑이파니(Frangipani)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는데, 처음 이 꽃을 발견한 사람(Plumier)과 이 꽃에서 진기한 향유(香油) 채취에 성공한 사람이자 그가 만든 향수 상품명이다. 
   붕아 캄보쟈는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인도에서는 ‘템플 플라워’라 하여 힌두사원 꽃으로 통하고, 필리핀에서는 타갈로그어(語)로 교회 꽃(Kalachuchi)이라 하며, 스리랑카에서는 아랄리야(Araliya)라고 부른다. 아마도 불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불두화(佛頭花)인 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꽃이 종족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국화(國花)로 삼고 있는 나라도 있는데, 동남아 내륙국 라오스다.  
   붕아 깜보쟈는 환한 대낮보다 한밤중에 향기를 더 발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꽃이 영혼을 편히 쉬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흔히 묘지나 죽은 사람과 관련된 꽃으로 통한다. 그러나 발리나 하와이 같은 곳에서는 이 꽃이 다른 지역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발리에서 종교의식이 있는 날, 힌두사원을 장식하고 신들에게 기도할 때 이 꽃을 봉양한다. 무희들이 공연할 때는 이 꽃을 귀에 꽂는다. 발리 공항에 내린 관광객에게 걸어주는 환영 꽃목걸이도 붕아 깜보쟈로 만든다. 하와이에서는 이 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다양한 축제나 종교의식을 행할 때 머리에 쓴다. 하와이의 여인네들이 이 꽃을 오른쪽 귀에 꽂으면, 아직 미혼이라는 뜻이다.    
   뿡아 깜보쟈는 아름답고 향기가 높아 공원이나 관공서 같은 공공장소에 심고, 가로수로도 심는다. 일반 가정에서는 이 꽃으로 분재도 많이 한다. 꽃 색깔도 하얀색 일색인 묘지 꽃으로부터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오렌지 색깔도 있고, 보랏빛 빨간색이나, 역시 짙고 선명한 민들레꽃 노란색도 있다. 이 분야에서도 생명과학이 발달하고 있음이다. 이 꽃나무는 수분과 햇볕이 많은 지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더러 씨를 심기도 하지만, 대개는 꺾꽂이한다. 싱싱한 가지를 20-30센티 내외로 잘라서 땅에 꽂기만 하면, 수십 년에서 백 년 넘게 생존한다고 한다. 
   붕아 깜보쟈는 관상용 이외에도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우선 이 꽃의 줄기나 가지 또는 뿌리에서 얻어지는 하얀색 수액은 병원체의 증식을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이 꽃을 원료로 쓴 약은 열을 내리게 하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더위로 졸도하는 것을 방지하고, 변비를 치료한다. 껍질에서 얻어지는 수액도 화장품 같은 연고로 만들어져 피부가 트거나 발꿈치가 갈라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쓰인다. 이 밖에도 깜보쟈 수액을 하루에 두세 번 환부에 발라서 종양이 빨리 곪아 터지게 하고, 물사마귀가 빠지게 하며, 못 박힌 살이 풀어지게도 한다. 바늘로 빼내지 못한 나무 가시 박힌 피부에 이 수액을 며칠 동안 계속해서 바르면, 어느 사이에 가시가 빠져나간다고 한다. 
   붕아 깜보쟈는 라오스의 국화다. 독챰파(Dokchampa)라 불린다. 챰파(Champa)는 17세기초엽까지 오늘날의 베트남 중부 안남과 라오스 남부와 캄보디아 북부에 걸쳐서 크게 번성했던 말레이계 참(Cham)족이 세운 거대한 힌두왕국이었다. 이 지역의 옛 한자 지명이 점파(占婆) 혹은 점성(占城)이었고, 챰파국(占婆國)은 이곳 지명에서 유래하였다. 또한 이곳이 아시아인들의 양식인 쌀의 고향으로 점성도(占城稻)가 탄생한 곳이다. 챰파 꽃도 그렇게 깊은 역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독챰파는 라오어로 ‘챰파 꽃’이다. 라오스는 남방불교의 나라여서 어디에나 사원이 있고, 사원 주변은 독챰파가 둘러싸고 있다. 독챰파의 꽃술 부분의 선명한 노란색은 불교와 불승을 나타내고, 하얀색은 선(善)과 정의와 평화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독챰파의 다섯 꽃잎도 불교의 오계(五戒)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거짓을 입에 담지 말라”,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술 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독챰파의 나라 라오스는 심성(心性)이 바른 사람들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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