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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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월
  • 최동철
  • 승인 2023.03.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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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어제부터 윤달이 시작됐다. 다음 달 19일까지다. 올 윤달은 특히 자주 돌아오지 아니하는 ‘윤이월’이다. 그래서 자꾸 빼먹고 건너뛰는 것을 핀잔하는 말로 “윤이월 제사냐”하는 속담도 있다. 짧게는 8년, 길게는 57년째에 온 적도 있다. 올 윤이월은 19년 만에 온 것이다. 

 윤달은 1년을 365일에 맞춘 양력과 달리 354일인 음력으로 인해 생기는 열하루의 시간편차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공달이다. 윤달을 두지 않으면 십여 년 후에는 음력 5, 6월에 눈이 내리는 등 계절과 어긋나 버리게 된다.

 고로 태양력과 태음력사이의 시간 차이와 계절에 일치시키고자 2.7년여마다 태음력에 추가로 1개월 (27일~29일)씩을 넣는다. 즉 19년에 일곱 번,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한 달을 더하여 윤달을 만드는 것이다.

 어쨌든 윤달을 여벌달, 공달, 덤달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보통 달과는 달리 부정이나 액이 없다며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까지 있다. 윤달에는 관장 신들도 쉰다하여 수의를 짓거나, 이장 등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집안 대소사를 처리한다.

 불가에서는 예부터 윤달에 세 개의 사찰을 순례하면 복을 받고 소원을 이룬다하여 불자들이 사찰을 찾기도 한다. 특히 법주사 등 전국 사찰에서는 윤달을 맞아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봉행한다.

 불가의 전통의식 중 하나인 생전예수재는 윤달에 치러지는 가장 큰 행사다. 살아 있을 때 앞당겨 49재를 치르면 업장이 소멸되어 후일 사망 후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는 의례다. 즉, 사후에 갚을 빚과 과보를 저승을 관장하는 명부전의 십왕(十王)에게 미리 닦는다는 의미이다.

 윤달에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마따나 좋은 게 좋고, 나쁘면 피하고 싶은 인지상정의 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때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흔히 손이 없는 달, 잡신들이 범접하지 않는 달이라 해서 애경사나 궂은일들을 처리하거나 기피한다.

 중국 고대 문헌인 ‘춘추곡양전’에 ‘윤달은 남은 수를 모아 만든 정상적 달이 아니기 때문에 길흉대사를 모두 행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또한 ‘윤(閏)’자가 문 안에 왕이 들어가 있는 형상인데 이는 임금이 윤달에는 문 밖 출입 없이 안에서만 지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어쨌거나 윤달을 흉한 달이라 여기는 이들은 윤이월에 속한 출산예정일이나 결혼식 등 때문에 노심초사할 것이다. 반면 길한 달이라 여겨 수의 제작이나 묘지 이장 등을 추진하는 이들은 분주할 터이다. 

 여하튼 산에서 이장 작업을 하려는 이들은 봄철 산불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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