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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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흙
  • 최동철
  • 승인 2023.03.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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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낼모레는 제8회 ‘흙의 날’이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제정됐다. 흙은 식물을 위한 영양분과 미네랄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미생물, 곰팡이, 곤충 및 기타 생명체 간의 복잡한 관계망이기도하다.

 흙은 단순한 비활성 물질이 아닌 것이다. 생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터전이자 살아있는 생태계의 필수불가결 물질이다. 그런데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도시화와 산업화, 지속불가능한 집약적 농법, 무분별한 삼림 개발로 인해 흙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현상을 우려하며 유독 토양보존에 열성적 관심을 가진 왕이 있었다. 시원한 대머리의 율부린너와 데보라 커가 주연한 명작 뮤지컬 영화 ‘왕과 나’의 배경이 된 왕국, 태국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태국왕실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태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어쨌든 현 태국 국왕의 아버지 푸미폰 아둔야뎃은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왕이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농지를 답사하며 토양 보존을 강력히 옹호했다. 토양을 증진하려는 그의 노력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1988년 최초의 세계식량상을 수여함으로서 인정받았다.

 푸미폰 왕은 토양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위한 행동을 장려하는 방법으로 세계 토양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 그래서 국제연합(UN)은 2015년을 ‘세계 토양의 해’로 정하는 한편 푸미폰 왕의 생일인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지정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세계 토양의 해’를 맞아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을 2015년 3월 27일 발효하면서 3월11일을 ‘흙의 날’ 로 정했다. 이유는 숫자 3이 천(天)·지(地)·인(人) 3원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의미하고, ‘흙 토(土)’를 풀면 십(十)과 일(一)이 되기 때문이란다.

 어쨌거나 한국통계정보원(KOSIS)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보은군의 면적은 약 679.36㎢이다. 농지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24,379ha로, 군 전체 면적의 36%를 차지한다. 산림면적은 36,115ha로 전체 군 면적의 53% 정도다. 흙이 소중한 명실공히 농업군인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은군의 농부와 농지는 줄어들고 있다. 농사짓던 젊은 농군은 이제 초고령사회의 노인이 됐다. 대를 이어 흙을 농토로 일구어줄 젊은이는 이제 없다시피 하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가 여전히 ‘흙’에 있는데 내팽개쳐지고 있다.

 흙은 먹을거리 생산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양에는 약 2조5000억t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유기물과 미생물을 많이 함유한 좋은 흙은 탄소격리 능력이 높다. 하지만 흙이 훼손돼 탄소격리 능력이 떨어지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흙을 보존하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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