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이만, 아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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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레이만, 아일라
  • 김옥란 
  • 승인 2023.02.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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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씨의 그림 두 장면이 심금을 울린다.
그의 그림 두 장면에서 나는 링컨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문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짧은 몇 마디로 민주주의를 연설한 것이 연상된다. 명작가의 이 그림은 그토록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만 같다. 명작가가 6.25 한국 전쟁때 참전하여 전쟁고아(아일라)를 돌봐준 튀르키에 군인(슐레이만)의 모습과, 최근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겪고 있는 튀르키에로 날아가서 현지 지진피해 아이를 돌보는 한국 긴급구조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지금 나는 말하는 것이다.
그림 속 튀르키에 군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다른 한 손에는 마실 물도 쥐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 긴급구호대원도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마실 것을 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튀르키에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명작가의 그림 두 컷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아마도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그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에에 <그림>으로나마 애도를 보냅니다. 마음만큼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튀르키에는 희망을 품기를 바란다. 지진의 참상 속에서 태어난 탯줄 달린 신생아가 구조대원의 손에 들어 올려져 구조되는 그 순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지진피해 흔적은 그 신생아의 몸에 있었지만, 그 아가는 분명 희망과 기쁨과 미래의 상징이었다. 절망 중에 길어 올린 희망의 생명수 한 두레박 같은 광경이었다.  
콘크리트 잔해더미 속에 깔려있으면서 곁에 누워있는 네다섯 살 남동생의 머리카락을 연신 쓰다듬으며 꺼내주길 원하던 예닐곱 살 여자아이의 눈망울은 삶이 얼마나 장엄한 것인지를 말해주지 않는가! 이런 용감하고 인내심 있고 우애 가득한 어린이들이 살아 돌아온 튀르키에는 희망 있지 않은가! 비스듬히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더미 속에 갇힌 다섯 살쯤 되는 남자아이는 구조대원이 생수병 병뚜껑으로 물을 받아 입에 먹여주니 달게 받아마시고 해맑게 웃었다. 그 엄청난 참상을 겪었으면서 그토록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어린 위인이 있는 튀르키에는 희망 무한하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 우리의 아일라를 보듬어주던 그 슐레이만 병사가 되면 좋겠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 형제이고 친구이니까.
이 기회에 4년 전 나온 <아일라>라는 영화를 추천한다. 그리고 춘천mbc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특별기획 ‘코레 아일라’>를 꼭 같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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