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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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 최동철
  • 승인 2023.02.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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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결국 따스한 봄날은 온다. 벌써 들녘 논둑에는 봄 새싹들이 머리를 치밀고 있다. 낼모레면 봄 절기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다. 1년 24절기 중 가장 첫 번째다. 올해 공인된 입춘시는 2023년 02월04일 오전11시43분이다. 

 예전에는 입춘시에 맞추어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첩을 붙이곤 했다. 한 해 동안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이다. 원래는 조선시대 명절날 선비들이 임금에게 시를 지어 바치는 행사에서 유래됐다. 

 임금에게 바친 헌시 중 잘 된 작품은 연상첩(延祥帖)이라하여 대궐 안 전각기둥이나 문설주에 붙였는데 입춘에 붙인 작품이 바로 ‘입춘첩’이다. 한번 붙인 입춘첩은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 입춘에 새 입춘첩을 위에 덧붙이는 것이 관례다.

 입춘첩에 가장 많이 쓰는 글귀는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이다. 즉, 봄이 시작되니(立春) 크게 길하고(大吉), 따스한 기운이 도니(建陽)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多慶)를 기원한다는 의미이다.

 일설에 건양다경을 쓰게된 유래는 대한제국 고종황제 즉위 이후 ‘건양(建陽)’이 연호로 사용된 다음부터 써 붙였던 것이 근래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어떻든 요즘이야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주거문화가 바뀌어 입춘첩을 붙일 곳이 마땅찮다. 점점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이 됐다.

 입춘첩 외에 입춘 절식(節食)하는 풍속도 거의 사라졌다. 옛날 왕조시대 대궐 안에서는 입춘 일에 맵고 쓴 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음식을 만든 이른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올렸다.

 지금이야 사계절 언제든 여러 가지 나물을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혹독한 겨울 추위에 쉽게 맛볼 수 없었던 봄동, 냉이, 달래, 쑥, 미나리 등의 봄나물을 이 무렵 캤다. 오신반은 이런 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겨자와 함께 무쳐낸 생채요리다.

 생·로·병·사·독이라는 인생의 다섯 가지 노정을 참고 견디라는 의미를 지닌 한편 맵거나 쓴 다섯 가지 채소라는 뜻에서 '오신채'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간에서도 오신반을 본떠 파, 당귀싹, 미나리싹, 무싹 등의 햇나물로 무쳐낸 입춘채(立春菜)가 있다.

 충청도에서는 이날 보리뿌리가 내린다하여 보리밥을 해 먹었다. 함경도 지방은 명태순대를 만들어 입춘 절식으로 먹으며 따뜻한 봄날을 고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알 듯 입춘이라 해서 곧 따뜻함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봄추위가 장독 깬다”는 속담처럼 ‘꽃샘추위’가 만만찮다. 코로나19와 독감예방에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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