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나눔의 계절 
상태바
돌아온 나눔의 계절 
  • 최동철
  • 승인 2022.12.15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50>

 춥다. 어느새 칼바람 불어오는 겨울이 왔다. 바야흐로 나눔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보은신문 등 언론매체들은 각 사회단체가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 등에 쌀 김장김치 이불 등을 전달했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며칠 후면 구세군의 종소리와 함께 자선냄비도 등장할 터다.

 도시에서 살던 어린 시절, 길 가다보면 행인들의 온정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쟁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쇠갈고리 손, 목발 짚은 상이용사나 지체장애인들이 많았다. 맹인도 있고, 전쟁고아 같은 행색이 남루한 또래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작은 수레에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며 팔던 앉은뱅이도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거나 업은 채, 애절한 노래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던 이들도 있었다. 버스 안에서 자신의 신세를 설명한 용지를 나눠준 뒤, 도움을 호소하며 껌 등을 팔던 이들도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물품을 사주거나 통 안에 적은 돈이라도 넣었다. 가내 수공업 하던 아버지도 일손 구하러 새벽녘 서울역에 갔다가 구인은커녕 오갈 데 없어 배곯는 노숙인들을 수차례 씩 데려와 먹이고 재워주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이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절로 돕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론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안 먹고 아끼면서까지 절약해 온정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순전히 사랑을 베푼다는 것은 배금주의 시대 일반인으로선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도 여유가 있음에도 못 본 척 외면하거나 풍족한 음식을 우리네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눔의 계절엔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특히 이러저러한 핑계로 작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마저 무심코 그냥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또한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개울에 얼음이 얼면 산짐승이나 길고양이들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산에 나무 한그루 심지 않으면서 밤, 도토리, 상수리 등 야생동물들의 겨울 먹을거리를 거의 깡그리 채취해 온 인간들 탓에 더욱 그러하다.

 눈 쌓인 겨울 밤, 먹을 것 찾아 멧돼지며 고라니 등이 식솔들을 거느리고 마을 축사 주변에떼로 출현하는 이유다. 새끼들을 대동했으니 마주치면 위험하다. 배고프고 추위에 떠는 동물 군엔 야생의 새들도 포함된다.

 집 가까이 새들이 다가오면 열량 높은 해바라기씨나 나락 등을 놓아둔다. 어느새 참새, 곤줄박이가 날아들어 먹이를 나눠 먹는다. 이웃 할머니가 눈살 찌푸리지만 한 겨울엔 길고양이들에게도 먹이를 베풀어야 한다. 생존의 문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추운계절, 따뜻한 온정이 절실한 생명들에 나눔의 손길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