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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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다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2.12.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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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오는 동남아의 큰 나라 인도네시아가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새처럼 산다. 먹고 사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까닭이다. 우선 과일이 흔하다. 빠빠야와 바나나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고구마와 감자 중간쯤 되는 타피오카가 많이 난다. 우리도 무채처럼 썰어 말린 것을 많이 수입하여 소주를 만든다. 연평균 기온이 30도 안팎이므로 얇은 옷 한 벌로 족하고, 햇볕은 따가워도 나무 그늘은 언제나 시원하다. 이들은 강가나 산기슭에 새집처럼 꾸미고 산다. 어디에나 새가 많다. 우리와 친숙한 참새도 있는데, ‘교회 새’라고 부른다. 참새와 아주 비슷한 삐삣(pipit)이라는 새는 참새보다 약간 작고 검은 색깔을 띠는데 가슴에 난 흰색 털이 특징이다.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도시마다 새 시장이 있어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인도네시아의 풍물을 소개하는 그림엽서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새 시장이다. 이렇게 많은 새가 있을까 할 정도로 다양한 새들이 이곳에 모였다가 팔려나간다. 올빼미나 독수리같이 덩치가 큰 맹금류로부터 길고 날카로운 부리로 꿀을 빠는 나비처럼 작은 새까지 있다. 극락조와 같은 희귀종도 돈을 들고 찾으면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흔한 비둘기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새 시장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이곳 비둘기는 관상용도 있고, 식용도 있다. 값도 비싸다. 
   새가 많고 사람들이 새를 좋아하고 새 시장이 있으니 새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직업적인 새 몰이꾼이 꽤 많다. 그러나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사람이나 돈이 궁한 시골 농부들은 새를 잡아 도시로 나온다. 새 시장에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새는 빠빠야와 바나나 같은 과일로 키우고, 큰 새들은 작은 옥수수 낱알을 많이 먹인다. 가장 거래가 많은 중간 크기의 새는 구더기 같은 벌레를 먹이기도 하는데, 귀뚜라미가 이들의 주요 먹이로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새 먹이로 개미 알이 있다. 개미 알은 비타민처럼 새들의 영양 간식으로 제공되는데, 뜻밖에도 값이 꽤 비싸다. 그래도 개미 알을 먹인 새는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당연하게 고객의 시선을 더 끌게 마련이다. 개미 알 수요가 많으니 공급자가 있게 마련이다. 개미 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의 개미들은 새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알을 낳는데, 비가 많이 와서 땅속은 쉽게 물이 차기 때문이다. 높은 나무 위의 개미집도 사악한 인간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인간 개미핥기들은 삿갓 모양의 대나무 용기를 길고 뾰족한 대나무 끝에 거꾸로 꽂아서 아래쪽에서 구멍을 낸 후 귀신같이 개미 알을 털어간다. 
    새를 키우는 것은 이곳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가장 흔한 취미생활이자 부의 상징이고 뇌물 수단이다. 새 종류에는 깃털이 아름다운 새,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새, 그리고 희귀종 새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목소리 고운 새가 단연 으뜸이다. 이 나라의 비둘기는 서울 도심이나 전철역에서 이리저리 쫓기고 천대받는 비둘기와는 사뭇 차별적이다. 부룽 다라(burung dara)로 불리는 비둘기는 이곳에서 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인도네시아 부자들이 찾는 육류는 호주산 고급 쇠고기와 비둘기 고기다. 염소 고기와 닭고기는 주로 서민용이다. 비둘기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니 당연하게 주인 없는 비둘기는 없다. 흥미로운 한 가지는 우리의 경우와 달리 임신 7개월로 접어드는 임산부들에게 비둘기 고기를 먹인다는 것이다. 아이를 분만할 때 비둘기가 날 듯 고통 없이 순산하라는 뜻이란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새처럼 자유로움을 즐긴다. 오늘이 즐거우면 되고 내일을 고민하지 않으며, 남을 간섭하지도 않고 어느 누구의 간섭도 거부한다. 내일 먹을 양식을 비축하는 조류는 없다.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 한국인들은 바징(bajing)을 꼭 닮았다고 답한다. 쉴 새 없이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바징)라는 뜻이다. 이 나라에서 사람이 죽으면 대개 매장을 한다. 우리가 삼년상(喪)을 치르듯이 이곳에는 1,000일제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믿음에 의하면, 죽은 사람은 누구나 땅속에서 1,000일 동안 살아생전의 모든 죗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1,000일제의 마지막 행사는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 보내는 것이다. 살아생전의 모든 굴레를 벗고 새처럼 자유스럽게 날아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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