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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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 오계자 (보은예총 회장)
  • 승인 2022.12.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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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부터 내가 신숙주에 꽂혀있다. 흔히들 성삼문을 올리기 위해 신숙주를 억울하게 배신자로 만들어 놓는다. 수양이 대군시절 왕의 명을 받고 청나라로 갈 때마다 육칠 개월씩 신숙주와 함께했다. 수양대군은 신숙주를 많이 의지했고 신숙주는 대군의 깊은 속뜻을 알게 됨으로 뗄 수 없는 깊은 사이가 되어있었다. 당시 수양대군의 깊은 뜻을 잘 알고 그 뜻이 옳다고 판단을 한 것은 나라의 위기였다. 만일 수양이 아니면 김종서의 나라가 될 위기를 알아챈 신숙주였다. 
요즘은 세상이 뒤숭숭해지면서 조선시대 부정부패를 보여준 단원 김홍도 풍속화에 빠졌다. 사람마다 그림을 그릴 때나 감상할 때 느낌이란 게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의 뛰어난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부감(공중에서 보는 느낌)을 느끼는 것은, 정선의 그림 금강산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그림 속에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독화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림을 읽는다는 뜻이다. 단원의 ‘씨름’이라는 그림을 자세히 보면 들배치기로 이기려는 순간을 그렸는데 두 씨름선수보다 주변에 응원자나 구경꾼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서당’이라는 그림은 훈장님께 종아리 맞은 아이를 향한 도반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분위기를 읽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두고 그의 그림은 몽환적이라고 한다. 모나리자가 실제로 웃는 느낌을 주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은 스푸마토기법이라고 해서 경계를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고 흐리게 두는 기법이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가마다 기법이 있다. 
김홍도의 그림에 정조가 흠뻑 빠진 이유 중 하나가 한없이 궁금하고 보고 싶은 바깥세상을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궁금한 백성의 생활 구석구석을 이야기 하듯 그려오는 김홍도가 임금은 얼마나 기다려질까. 현대의 사진역할을 하는 정부차원의 행사도는 물론이지만 백성의 일상을 그려오는 풍속화는 정조에게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들어 알고 있지만 갈수 없는 구중궁궐에 갇힌 정조임금은 그리운 금강산의 풍광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휴가를 주기도 했다는 기록이다. 
세자시절부터 두 사람은 가까이 지내며 대화도 많다보니 서로의 내면을 잘 안다. 그래서 정조는 단원의 그림에서 그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시. 무용. 음악. 그림 등 모든 예술은 그 내면을 볼 줄 알아야 제대로 감상을 하는 것이다. 
노벨예술상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아름다움의 표현보다 적당히 저항성이 있거나 토속적인 작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나는 아주 대 찬성이기 때문에 감히 노벨상을 들먹여보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꽃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가 시요 예술이다. 그래서 감히 자연풍광을 글로 포현하기가 두려워 피하는 편이다. 
근래에 김홍도에 꽂히게 된 게기도 바로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 ‘공원춘효도’를 접하고 부터다. 그림 한 장을 이해하기위해 실록을 읽고 당시 부패된 사회풍조를 공부하면서 믿어지지 않는 과거시험장의 비리를 알게 되었다. 그 시험장의 부정부패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공원춘효도이다. 그림을 보면서 첫눈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조선시대 캠핑장으로 의심할 정도다.
명색이 국가고시장에 일산(비치파라솔)이 즐비하고 일산 속에는 수험생인 거자가 중앙에 있고, 문장을 대신 짓는 거벽, 글씨를 잘 쓰는 사수가 있으며 자리 잡기 전쟁에서 승리해야하는 선접과 이 모든 기구들을 나르는 수종도 옆자리서 잡담을 나누는 광경이다. 수험생 한 명당 대여섯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실록을 꺼냈던 것이다. 더 놀랐다. 숙종 때는 시험장인 명륜당의 문이 열리자 전국에서 모여든 선비들이 서로 들어가려다가 여덟 명이 압사로 사망했으니 다친 자는 얼마나 많았을까. 치고받는 싸움에 과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지방유생도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기묘과옥은 시험관의 비리악행으로 34명이 급제한 과거시험 자체를 취소했다는 기록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대는 국민수준이 높고 SNS 등 매개체가 발달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려고 해도 속임수의 방법 또한 놀랍도록 발전하니 인간세상이 끝나기 전에는 아마 끝이 없으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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