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
상태바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
  • 오계자 (보은예총  회장)  
  • 승인 2022.09.0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더위다. 폭염이라는 단어가 아주 익숙해 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주위에선 지구가 미쳤다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옆에서 나는 우리가 지구를 좀 많이 괴롭혔느냐고 미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했다. 얼마나 괴롭히면 지구가 미치겠느냐고. 
어제가 입추였지만 더위는 꿈쩍도 않는다. 이런 날은 뉘댁을 방문하는 것도 실례라는 생각에 외출을 삼가고 있는데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살짝 거북스런 인연이지만 약속을 했다. 
만나면 임의롭고 편안한 인연이 있는가하면 조심스럽고 거북스러운 인연도 있으며 지식이나 정보 등 얻거나 주기도 하는 인연이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을 어찌 가려가며 만나랴.  득도 보고 손해도 볼 수 있는 것이 인생사 아닌가 싶어서 미팅을 약속했다.
찻잔을 들자마자 “오 선생님, 삶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일각도 지체 없이 “나는 삶이란 뫼비우스의 띠라고 생각해요.” 했다. 역시 오 선생님다운 답이라며 같은 생각이란다. 
그분은 한참 동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지난 삶을 늘어놓는다. 속으로는 저 연세에 그 정도는 아주 양호하다고 여기면서도 쏟아내는 절절한 사연을 막지 못했다. 자랑인지 타령인지 좀 지루하지만 경청의 예는 지켜야하니까 볼떼기 웃음으로 넘겼다.  
“삶이란 어차피 정해진 길이라면서 어찌 자녀들까지 아등바등하도록 합니까?” 
“그래도 명문대는 가야된다고 했어요, 노는 물이 다르잖아요, 노는 물이 좋아야 바닥 인생을 면한다는 생각에 아내는 아이들과 미국 보내고 기러기 아빠노릇 10년 했어요.” 하면서 감회에 젖는다. 노는 물이라. 
생각해 보니 삶에도 등급이 있음을 미쳐 생각 못 했다. 이미 그 댁의 자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노는 물이 다른 것을 말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다. 요즘은 과일도 명품을 찾는데 자녀의 일생을 어찌 아무 길에나 내 놓으랴. 우리 서민들이 올려놓을 수 없는 차원 높은 명품 길에 내 놓을 테지. 
내가 말한 삶이란, 절대 괘도를 넘지 않고 앞만 보면서 밝은 길을 달려도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둠의 길이 생기고 다시 밝은 길에 들어서게 되어 있음을 말한 것이다.  
어차피 앞에 놓인 내 길을 가야한다면 힘들고 괴로운 길에서는 부지런히 달려서 빨리 그 길을 벗어나야 웃음의 길이 나타날 터이다. 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험한 길은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불평과 원망을 앞세우고 헤맨다. 그래서 어둠의 길이 더 길어진다. 
반대로 밝고 평탄한 길에서는 주어진 환경을 즐기면서 베풀고 보답하는 삶으로 천천히 걸어야 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 못하고 많은 사람들은 욕심에 이끌려서 남보다 앞서 가면 더 좋은 보물이라도 찾을 것처럼 달려간다. 그렇게 더 빨리 어두운 길로 향한다. 나도 그랬다. 젊음이 내 우매한 걸음 사이로 다 빠져 나가버린 줄 알고 한탄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니 지금도 충분히 젊은 것을 말이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평화로운 길에서 세월을 가슴에 품어 잠재워 놓고 여유를 부린다. 이 좋은 세상에서 나이테가 몇 줄이든 숫자는 곧 경험의 줄이니까 많을수록 좋을 터, 뭉그적거리고 눌러 앉아 좀 더 복을 심고 싶다. 명품 삶은 물론 아니요 내로라 할 삶은 못되지만 눈 비 막아 줄 집이 있고 나를 염려하는 가족이 있으니 더 욕심 부리지 않는다. 다만 아직 은혜를 다 갚지 못한 사람의 도리에 한 쪽 마음이 무겁다. 물심양면으로 빚진 분들에게는 報恩하면서 살려고 노력은 한다. 
자식들 앞에 명품 뫼비우스의 띠를 놓아주지 못해 아쉽지만 이미 놓인 띠를 잘 활용해서 스스로 명품으로 만들어가는 요령은 터득이 되었으리라 나는 자식들을 믿는다.  
  오늘 만난 노老 학자님께서 본인은 자수성가 하셨다면서 자녀들은 일생을 온실에 가둘 모양이다. 자신은 외로움을 감당 못해 비틀거리면서 말이다. “지금은요 자식들이 우리보다 시대 흐름도 더 잘 알고 더 현명하게 대처합니다. 우리가 진정 자식을 위한다면 스스로 체험하며 터득할 능력을 키우도록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 내 육아 방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