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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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날의 수다
  • 최동철
  • 승인 2022.08.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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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 세 속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입추가 지났다. 이제 입동까지는 가을이다. 물론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인 오는 15일이 마지막 더위인 말복이다. 하지만 오랜 관습에 따라 이날 보양식과 각종냉채, 수박 등 과일로 더위를 식히자면 머잖아 귀뚜라미 우는 처서와 추분이 온다.

 헌데 한낱 기우처럼 쓸데없는 의문이 생긴다. 왜 환절기의 입추 입춘 입하 입동에 들어선다는 들 입(入)자 대신 세운다는 설 입(立)자를 사용했을 까다. 아마 계절의 바뀜은 가만히 있어도 절로 오가지만, 이왕이면 미리 대비하는 과정도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의미가 아닐까한다.

 입춘(立春) 때 논밭 갈고 씨앗 뿌려 봄을 일으켜 세우고, 입하(立夏) 때는 잡초 뽑고 풍수해 대비하고, 입추(立秋) 때는 정성으로 마무리를 잘해 풍성한 결실을 맺은 뒤, 입동(立冬) 때 월동 채비하여 추운 겨울날 맘 편히 다리 펴고 쉬라는 뜻일 게다.

 어쩜 인생사가 추구하는 행복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즐긴다는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이 행복의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휘게’라 하고, 스웨덴은 ‘라곰’ 프랑스는 ‘오캄’이라 불린다.

 소확행의 어원은 원래 일본의 소설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에서 착안하여 만든 신조어다. 바이러스가 만연하고 폭염이 기승부리는 무더운 날 에어컨 바람 빵빵한 커피숍에서 맘 통하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 작은 일상이 곧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다만 소확행을 추구하는 이들은 그 수다의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작은 행복도 사라지기에 소소한 행복꺼리를 주변에서 연이어 찾아내야 한다. 허나 그것은 단순히 ‘살아있다’나 ‘건강하다’에 대한 고마움부터 내 주변 모든 것들에서 얼마든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소소한 행복을 체험코자 폭염경보 중인 지금 과감히 에어컨을 킨 채 독서를 한다. 100일 전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화두가 ‘법과 원칙’이니 논어의 위정편을 본다. 공자가 “정치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형벌은 면하려 들되 염치는 모르게 된다”고 이른다.

 또한, “덕으로 이끌어주고 예로 다스리면 염치를 알아 올바르게 된다.”고 했다. 즉, 한 사회가 잘 작동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엄정한 법과 원칙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도덕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공자가 강조하는 도덕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고, 남을 잘 배려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위선적인 말과 행동을 삼가라.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꾸준히 실천하라.
 무더위 속에 독서는 소확행의 즐거움과 지혜까지 얻을 수 있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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