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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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2.08.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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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양반집안의 장녀로 태어나서 반듯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여인이다. 장인과 장모님으로부터 배운 것 같다. 장모님은 친정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의 어머니를 임종시까지 한집에서 정성껏 모신 분으로 고을에서 효부로 소문난 분이셨다. 장인도 자식교육에는 엄하고 당신의 어머님께는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효자셨다. 장모님 별세 때는 네명이나 되는 처남, 며느리 하나도 곁에 없었고 아내 혼자만이 끝까지 임종을 지켰다. 장모님이 말년에 “저걸 안 낳았더라면 어떻게 했을까?”하신 말씀이 의미심장했다. 장모님의 지병인 심장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마당에서 며느리는 “그래도 어머님은 돌아가셔!” 하면서 반대했으나 아내는 그래도 살려보려고 수술을 강행했다. 장인을 보내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하관식 마지막에, “자, 이제 시토하세요”하자 아내는 내키지 않는 듯 천천히 흙을 뜨더니 관위에 와서 뚝뚝 떨어지는 굵은 눈물과 함께 우루루 쏟아버리고는 맥이 풀렸다. 그때 아내의 얼굴은 온 세상의 슬픔을 다 모아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아내가 너무나 불쌍했다. 누구나 영원한 이별 앞에서 남는 것은 그리움뿐이다.
식물에도 그런 애틋한 사연이 있는 꽃이 있다. 해마다 이때쯤에는 집마당이나 농사터 빈자리에는 꽃대만 멀쩡하게 피어 올리는 여린 식물이 있다. 봄에 난초같은 잎이 돋아나 무성하게 자라다가 어느때 갑자기 사라지고만 바로 자리다. 영혼처럼 돋아난 여린 꽃대 끝에 연분홍의 얇은 꽃봉오리를 앞세우고 위로만 밀어올리고 있는 저게 도대체 뭘까? 그 옆에는 얼굴 빨간 사마귀 같은 나리꽃이 큰 키를 자랑하며 새로 나오는 꽃줄기를 신기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상사화는 시간이 지나면 외줄꽃대 끝의 봉오리에서 몇 개의 꽃이 마치 새마을 나팔(확성기)같이 활짝 벌어진다. 그 꽃나팔에서는 금새라도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사알기 좋은 새마을 우리 힘으로 가꾸세/”. 하는 새마을의 노래가 거기서 울려 나올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너나 할 것 없이 전국민이 못살던 때였다. 수도라고 하지만 여전히 지저분했고 청계천변에는 저 멀리 남도에서 올라온 판자촌민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무리를 이루어 살았다. 그 후 청계천을 정비하면서 그들이 집단으로 이주하여간 곳이 바로 지금의 성남시다. 실제로 성남시는 주민의 80 퍼센트 가까이가 그들 남도민이라고 한다. 전국민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에 겨워 이상한 나라꼴이 되었다. 학교에서 공부안하고 데모만 하던 애들이 오히려 출세가 빠른 세상이 되었다. 일하기 싫어하는 실업자, 적게 일하고 많이 받으려는 노조꾼들은 살고 기업은 망하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무료급식으로 선거에서 표만 탐하는 정치꾼들이 정권을 잡고 통치하는 그런 모습을 보아왔다. 일 안하고 노는 것이 정부로부터 무료급식도 받고 지원금도 받아 일하는 것 보다 잘 사는 엉뚱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나라가 거지를 양성하고 있다. 이렇게 잘 살게된 것도 언제부터 누구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상사초의 잎은 하늘에서는 햇볕을, 땅으로부터는 물과 영양분을 빨아올려 뿌리를 키운다. 그 잎과 뿌리가 없었더라면 어찌 저런 고운 꽃을 피울수 있었을까? 상사초의 꽃이 자식이라면 그 잎은 태어날 자식을 뒷바라지만 하다가 훌쩍 떠나버린 부모와 같은 존재다. 간밤에 밤새도록 쏟아지던 비가 지금도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곳곳에 물난리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폭우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오히려 한 달쯤 계속 쏟아져서 사회의 온갖 사회적 쓰레기들도 확 청소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어리석은 자식들아 제발 늙은 부모한테 그리 모질게 하지를 마라. 나중에 결국은 후회한다.”는 늙은이의 충언이 저 상사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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