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신화(神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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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신화(神話) 
  • 최동철
  • 승인 2022.07.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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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깃불을 비롯해 텔레비전 등 거의 모든 물자가 귀했던 60년 대, 한여름 밤 어린이들은 무더운 집안에서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냇가로 멱 감기를 겸한 천렵을 하거나 다른 동네 수박밭으로 서리 등 개구쟁이 짓을 일삼곤 했다.

 특히 동네어귀나 공회당 주변에 모여 프로레슬러인 김일의 박치기, 장영철의 이단 발차기, 천기덕의 당수 등 누가 더 센지에 대한 논쟁을 하거나 했다. 여자 아이들은 공깃돌이나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하지만 늘 상 놀이의 말미엔 머리칼 곤두서고 등골 오싹해지는 무서운 요괴나 유령의 집, 귀신이야기로 매듭지어지곤 했다. 단골메뉴는 할아버지한테 직접 들었다는 도깨비와 싸운 이야기,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이야기, 몽달귀신, 처녀귀신 이야기 등이다.

 국어사전에 귀신은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이나 사람에게 화(禍)와 복을 내려 준다는 신령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서양의 흡혈귀인 드라큘라나 마녀의 개념과는 달리 우리의 토속 무가(巫家)에서 보는 대표적 귀신들은 이러하다. 

 명도: 3세 미만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죽은 어린아이의 넋. 몽달귀신: 총각귀신의 다른 이름. 결혼하지 않은 넋이라 제사 밥도 얻어먹지 못한다는 억울한 고혼. 처녀귀신: 혼인 못하고 죽은 것이 한이 되어 가족을 괴롭힌다. 총각귀신이라도 만나게 해야 말을 듣는다고 한다.

 선관도사: 살아생전 정상적 결혼생활을 하다 죽은 남자의 넋. 무당의 몸에 실려 사람의 길흉사를 예언해주고 뭔가 대가를 요구한다. 선녀부인: 생전 자녀를 두고 양육경험을 가진 중년여성의 넋. 터귀신: 건축지나 건축물을 수호하는 영. 보금자리 외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도사: 보통 무가에서 ‘할아버지’라 호칭되는 영혼. ‘산신도사’ ‘ㅇㅇ산 도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전수전 겪은 경험으로 인생살이 해법을 제시해 준다. 보살: 할머니로 불리며 살다 죽은 귀신을 이른다. 예부터 ‘점집’하면 ‘보살집’이라 불릴 만큼 ‘보살’은 많은 편이다.

 달걀귀신: 때가 되어 신적 활동을 할 때까지 달걀모습을 하고 있는 영. 그 달걀은 결코 썩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귀신: 예전 대부분의 마을에 있었던 큰 고목에 살고 있다는 영. 당목 또는 도당목이라 불렀다. 마을에선 명절차례나 산신제 기우제 등을 지내며 살뜰히 관리했다.

 무자귀: 자손 없이 죽어 제사상을 받지 못하니 원한이 많은 귀신. 물귀신: 대개 물에 빠져 죽은 억울한 영혼. 산 사람을 익사 시키거나 수재를 일으키고 배를 침몰시킨다는 귀신이다.  ‘속리산 신화여행 축제’가 내일 29일부터 31일까지 속리산 잔디공원과 법주사 일원에서 3일간 열린다. 천왕봉 산신제, 영신행차 등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의 야외 행사다. 이 참에 코로나19를 막아내는 신력이 펼쳐지길 기원해 봄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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