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님, 오시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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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님, 오시는 님
  • 최동철
  • 승인 2022.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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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6월30일 오늘, 무려 12년간 보은군 행정을 이끌었던 정상혁 군수가 임기를 마친다. 오늘 밤 자정 즉, 7월1일 0시부터는 지난 6·1 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한 군민 중 58.53%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최재형 군수가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다 변한다는 비유의 말이다. 12년이란 세월동안 보은군도 많이 변화했다. 2010년 5월 인구는 35,328명이었으나 현재는 31,807명이다. 2013년 사업체 수는 2,635개였고 2019년은 2,999개로 늘어났다.

 또한 2013년 3,436억 원 규모였던 군의 예산은 2019년도에 5,825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유치원, 초중고 등 학교 수는 2014년 39개에서 2020년 40개로 유치원이 한 곳 늘어났을 뿐이고 학생 수는 오히려 3,441명에서 2,528명으로 줄었다. 전진도 있었으나 퇴행도 있었다.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은 12년간 보은군의 번영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정 군수의 성장 동력에 장애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큰 대과없는 청렴함으로 소임을 다했다. 가는 곳곳마다 정 군수의 기명 표지석이 반기며 치적을 대변해주고 있지 않은가?

 마로면 적암리와 상주시 도계 부근에 ‘속곳바우(치마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있다. 조선시대 보은현감을 지낸 장현광과 얽힌 고사가 보은군 향토 사료집에 실려 있다. 그는 퇴계 이황의 조카사위이자 제자였음에도 이기설(理氣設)만큼은 율곡 이이의 주장을 지지했던 이다.

 그런 그가 오늘날 보은군수인 보은현감에 임명되어 불과 21일간 근무한 뒤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의 이야기다. 잠시 재직하였지만 학문과 덕이 높은지라 고을 다스림이 남다른 데가 있었나 보다. 고을 백성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그가 현감의 감투를 내려놓고 고향에 돌아간다는 소문이 났다. 이별을 아쉬워하던 백성들은 전별의 선물을 가져왔다. 그러나 워낙 청렴한 선비인지라 모두 물리치고 부임할 때와 마찬가지로 갓만 쓴 평범한 모습으로 고향 인동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적암리에 도착한 그는 뒤돌아 보은 고을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길이 멈춘 것은 아내의 치마 밑으로 삐죽이 나온 속곳이 처음 보는 비단치마였다. 선물을 받아 챙긴 것을 이내 알아챈 그는 백성들에 폐를 끼치지 말자며 돌려준다는 의미로 바위에 걸쳐놓고 떠났다.

 이처럼 떠나는 자는 모든 걸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가능한 한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하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 설 즈음 음미했던 “무궁화 핀 저 고개는 님 가신 고개. 가신 님 좋다마라 새로 온 님 서글퍼라...”라는 시구가 있다. 

 현 정세도 데자뷰처럼 그러하듯 ‘가시는 님’은 ‘오시는 님’을 위해 밀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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