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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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괴사
  • 최동철
  • 승인 2022.05.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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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5월을 대표하는 아카시꽃이 한창이다. 향긋하고 달콤한 향내를 풍기는 하얀 아카시꽃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우아함, 고결한 사랑’이란 꽃말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꿈속 인연처럼 아카시꿀을 꿀 중의 꿀이라 칭송하지 않던가.

 헌대 현실은 지금 아카시꽃에서 꿀을 채취할 꿀벌이 없다고 한다. 보은신문 최근 보도를 보면 장안면 구인리, 보은읍 길상리, 금굴리, 회인면 등의 양봉장 꿀벌이 거의 다 죽었다는 것이다. 예년 평소보다 고작 30%정도의 마릿수만이 꿀을 채취하고 있단다.

 꿀벌이 죽어나가는 게 올해만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원인불명의 꿀벌괴사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현상이 2~3년 전부터 보은군 일원에도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카시 꿀부자’란 부러움을 사며 30년 이상 양봉업에 종사해온 전문 양봉업자들조차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막연히 ‘기후변화’가 원인 일 것으로만 추측한다. 문제는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업자의 호구지책뿐만 아니라 지구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구상 식물 거개가 꽃필 무렵 수정을 해야 2세의 씨앗이 될 열매 등을 맺을 수 있다. 물론 스스로 자가 수정하는 옥수수 등 식물도 있으나 그리 많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벌, 나비 또는 농부의 붓질이라도 암수 꽃을 번갈아 오가며 수정시켜야 한다.

 사실 벌들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질병과 천적 등으로 인한 봉군이 붕괴되는 현상은 비일비재했다. 응애, 말벌, 불개미, 바이러스 등 벌들의 적들은 숱하다. 그래서 원인모를 꿀벌의 괴사현상이 일어나면 별의별 억측과 괴담이 떠돌곤 했다.

 17세기 때 벌집 붕괴현상이 일어나자 벌과 함께 존재해온 ‘응애’를 원인으로 못 박았다. 허나 응애가 나타나지 않은 지역에서도 벌이 사라졌다. 곧 응애설은 잠잠해졌다. 최근에는 전자파나 오존층 붕괴설을 이유로 꼽았다.

 휴대폰 등 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지구상 곳곳에서 전자파가 다량 방출된다. 벌의 더듬이나 뇌에 영향을 끼쳐 벌이 사라진다는 설이다. 심지어 외계인들이 텔레파시로 인류종말을 위해 벌들의 뇌신경을 자극한다는 외계인 음모설까지 대두됐다.

 가장 최근에는 과도한 제초제와 살충제 살포가 원인이라는 설이 유력시된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농약을 꿀벌이 비교적 저 농도로 섭취해도 벌통안의 꿀벌이 없어지는 '군집붕괴증후군'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루 속히 꿀벌 괴사의 원인과 대책이 강구되길 현생인류의 한사람으로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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