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신뢰와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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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신뢰와 진정성
  • 최동철
  • 승인 2022.04.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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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뢰와 진정성’에 대해 한마디 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기가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정성하면 참되고 애틋한 진실의 마음을 뜻한다. 하나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만큼 진정성 없는 사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직접 사과도 아닌 ‘대리’ ‘대독’사과로 일관했다.

 2013년 당선인 신분일 때, 국무총리로 지명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전격 사퇴했고 또한 장차관급 6명이 도덕적 결격 사유로 무더기 낙마했다. 그때 사과문은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김행 대변인이 대신 읽었다.

 그해 5월 미국 방문 중 일어난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태’ 때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대독했다. 2014년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간접사과,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장이 먼저 대리 사과, 2016년 말 최순실 의혹이 터졌을 때 ‘녹화’ 사과 등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아베 전 일본총리도 진정성 없는 사과로 유명했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할 의무가 있다. 한데 사과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게들 한다. 사과하는 모양새만 갖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성 탓이다.

 그래서 일제시대의 횡포에 대해,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사과를 했다. 명확한 표현 대신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괴로움’ ‘유감’ 등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위안부 할머니에게든, 징용, 징병 피해자에게든 나름 사과를 했으나 진정성은 느낄 수 없었다.

 진정성이 없으면 신뢰할 수 없다. 믿음이 없는데 어찌 신용할 수 있겠는가. 국가, 사회, 조직, 개인 모두도 결국 매한가지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국정에는 식량, 군대, 백성의 믿음 세 가지가 중요한데 이 중 믿음을 잃으면 나라도 없다’는 의미다.

 믿을 신(信)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이 결합된 글자다. 말과 행동의 일치, 즉 언행일치가 ‘신뢰’라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사기꾼, 협잡꾼이라 한다.

 옛 문헌에 ‘믿음이란 말과 수레를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연결 고리가 끊어진 마차는 타고 갈수도 짐을 나를 수 도 없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사람도 그렇다. 늘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진정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사회의 암적인 존재일 뿐이다.

 하물며 정치인에게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신뢰와 진정성을 갖춘 출마자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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