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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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꿈
  • 최동철
  • 승인 2022.03.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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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한바탕 봄꿈’이란 의미다. 덧없는 인생을 한탄할 때도 쓰고, ‘꿈속 세상의 인생살이’란 어구로도 많이 쓰인다. 요즘은 아마도, 요양원 등 시설에서 여생을 보내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일 것이다.

 본래 어원은 대륙의 고대 송나라 때 전집 ‘후청록’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만물이 덧없는 존재임을 읊은 ‘적벽부’의 작가 소동파는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다. 그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자 한 가객이 “벼슬에 앉아있던 지난날은 한낱 ’일장춘몽‘아닌가?“란 물음에서 유래됐다.

 한단지몽(邯鄲之夢)이란 고사도 ‘덧없는 인생과 영화’를 비유했다. 늘 신세를 한탄하며 부귀영화를 꿈꾸던 노생이 한단이란 곳에서 도사 여옹의 베개를 빌려 낮잠에 들었다. 꿈속에서 80년 동안 부귀영화를 다 누렸다. 허나 깨어 보니 메조로 밥을 짓는 잠시 동안에 불과했다.

 옆에 앉아있던 여옹은 멍한 노생을 바라보며 “인생은 다 그런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노생은 한바탕 꿈속에서 온갖 영욕과 부귀와 죽음까지도 다 겪게 하여 부질없는 욕망을 벗어나게 해준 여옹의 가르침에 머리 숙였다. 심기제가 쓴 ‘침중기(枕中記)’에 실려 있다.

 올해는 선거가 겹친 때문인지 부귀영화를 쫓는 이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허긴 노생의 봄날 꿈속같이 불현듯 출사해 대권을 움켜잡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한 표본일 수 있다. 그야말로 무에서 출발해 한순간에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이어 목표를 성취했다.

 이에 매료된 이들이 국민의 힘 당적으로 부귀영화의 꿈을 이루고자 줄을 섰다. 특히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들 중 몇몇의 면면을 보면 진정성이 없다. 오로지 헛된 꿈을 ㅤㅉㅗㅈ아 ‘행여나’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속셈인 것 같다.

 결국 우롱당하는 건 2만9,971명(22년2월11일 기준)의 보은군 유권자들뿐이다. 선거 때마다 그러하듯 지역 유권자들의 바람과 관심은 한결같다. 보은군의 발전과 번영을 이뤄줄 가치관과 실력을 갖춘 진솔한 이가 선거에 나서주길 고대한다.

 그런데 단지 체면유지를 위해, 또는 자랑삼아, 심지어 안주거리 입방아거리를 만들기 위해 선거 기탁금의 20%를 기부하는 셈치고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이들마저 있다고 한다. 군수선거 등의 예비후보자는 홍보물이나 선거공약 등을 게재한 공약집을 발간할 수 있다.

 법에 정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기위해 예비후보등록을 하는 것인데 선거운동은커녕 폼만 잡고 ‘봄날의 꿈’만 꾸고 있다면 십중팔구 헛된 꿈에 젖은 몽상가로 전락할 수 있다, 바라건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수 있는 진정한 일꾼들만이 나서달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보다 잘 준비된 훌륭한 후보가 선출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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