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와 산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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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와 산자를 위하여
  • 보은신문
  • 승인 2022.03.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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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형이 작고했다. 고령인데다가 고약한 암마저 난동을 부렸으니 수명연장을 위한 별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형은 6남매 중 듬직한 장남이었고, 주변 모두가 인정한 충실 공무원에, 효자였다. 바로 밑동생인 나는 그걸 믿고 천방지축 세상을 싸돌아다닐 수 있었다.

 입관 직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얼굴모습을 대하니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요즘이야 스마트폰, 게임기 등 홀로 놀 것들이 무궁무진하지만,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장난감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형만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놀아주길 바랐다. 네 살이나 많았던 형과 그 친구들은 나를 떼어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럴수록 목숨을 걸다시피 매달렸고 화가 난 형은 몇 번을 되돌아와 구슬려보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래도 막무가내 형을 쫓아갔던 기억 등이다.

 그런 형이 “죽거들랑 화장하여 농장 한편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유족들은 유지의 반을 받들어 수목장을 했다. 수목장은 시체를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밑에 묻는 장례방식이다. 보은군민 의식조사에서도 화장이 73.3%, 자연장 및 수목장 유골안치방식이 95% 지지받았다.

 선호하는 장사방식도 예전과 달리 많이 변화한 것이다. 어쨌든 매장이나 화장하여 장사지낸 뒤, 3일째에 삼우제라는 제사를 지낸다. 사실 요즘이나 3일째 날에 지내지, 원래는 초우제, 재우제를 지낸 후 강일(※육갑 십간 중 갑 병 무 경 임이 들어간 날)에 지냈다.

 고로 3일째가 될 수도 있고, 그 후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무조건 3일째에 지내는게 관습이 됐다. 초우제, 재우제, 삼우제를 통틀어 ‘우제’라고 한다. 우제는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은 고인의 혼이 방황하지 않고 편안하도록 안정시켜드린다’는 의미의 제사다.

 즉, 원래의 삼우제는 '장사 3일째 날에 산소 살펴드리고 묘지에서 지내는 제사'가 아니라, '고인의 혼을 안정시켜드리기 위해' 집에서 지내는 제사였다. 요즘의 삼우제가 장사 3일 만에 산소나 수목장지에 가서 지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삼우제때 탈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보은군민의 숙원이던 공설자연장지 이른바 ‘결초보은 추모공원’이 올 6월 준공된다. 보은읍 누청리 산58-1번지 일원이다. 그동안 가족이 죽어도 장지 할 만한 사유림이 없는 군민들은 별수 없이 외지에서 화장한 뒤 공동묘지를 쓰거나 해야 했다.

 이제 6월부터는 군내 소재한 ‘추모와 휴식이 공존’하는 자연 친화적 공설장지에 묻을 수 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1년 이상 보은군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외지인도 묻힐 수 있다. 보은군에서 직접 운영하니 유지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할 터이다.    

 생명 있는 것은 언젠간 죽는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비로소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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