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설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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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설빔
  • 최동철
  • 승인 2022.01.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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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낼모레부터 닷새 동안 임인년(壬寅年) 설 연휴다. 음양오행설에 ‘임’은 흑(黑)이므로 같은 호랑이해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해’에 해당된다. 설은 새해 정월의 첫날, 즉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설 아침을 원단(元旦)이라고도 한다.

 설의 세시풍속으로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설 그림, 복조리 걸기, 야광귀(夜光鬼) 쫓기,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또한 설 전날을 까치설날 이라 해서 아이들은 색동 명절복이나 돌복으로서 까치두루마기를 착용했다. 

 설 아침에는 떡국 등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茶禮)를 지낸다. 차례는 온 가족의 한 해 소망을 조상께 빌며 기원하는 자리다. 예부터 한 해가 시작되는 신성한 시간인 설에 소망을 기원하면 바람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고로, 차례가 끝나면 세배와 덕담으로 이어진다. 세배는 웃어른께 인사로 큰절을 하거나 세속적 위치나 나이가 엇비슷한 경우에는 맞절을 한다. 세배를 받은 어른이 먼저 “뜻한 바 이루거라”등 덕담을 한 뒤, 아랫사람은 “오래 사세요” 등 답변을 하고 세뱃돈을 주고받았다.

 특히, 요즘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 설에 빼놓을 수 없는 기쁨 중 하나는 설빔이다. 설빔은 세비음 즉, ‘새해의 꾸밈’이라는 뜻으로 남녀노소 모두 가급적 새 옷을 마련해 입었다. 설빔 입고 밖에 나가 으스댈 생각에 잠 설치던 어린 시절이 불현듯 그립다.

 설빔으로 남자 어른은 바지와 저고리, 두루마기, 여자 어른은 치마와 저고리 그리고 두루마기를 준비했다. 남자들은 덧저고리, 여자들은 배자를 함께 하기도 한다. 젊은 여자들은 노랑저고리 또는 녹색저고리에 붉은 치마와 같이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 호사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명절이 계속되며 설 문화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번 설도 예외일 수 없을 것 같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상 준비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얼굴을 마주하며 세배하고 덕담도 나눌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가 계시는 고향집을 방문하려해도 오가는 중에 행여 확진자와 접촉하여 불행의 씨앗이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설의 의미는 유지되는 듯하다.

 설빔 입은 손자·손녀의 세배나 재롱부리는 모습을 스마트 폰 동영상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온다. 설 차례상에 오를 음식은 며칠 전 택배를 통해 도착했다. 세뱃돈도 휴대폰 은행계좌를 통해 입출금했다. 그래도 왠지 허전함은 감출 수가 없다.

 어쩌랴. 어렵지만 올 설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배려의 명절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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