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처럼, 금강골 폭포(瀑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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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처럼, 금강골 폭포(瀑布)처럼
  • 김옥란
  • 승인 2021.07.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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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 그것은 폭염에 맞서는 방법이었다. 여름 태양은 제철을 만난 듯 사나운 폭염으로 대지를 달구고 있었다. 산간벽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폭염으로 곤하고 시름겨워 폭포를 찾아갔다. 지척인데도 10여 년 만에 찾아간 폭포였다. 하염없이 폭포를 바라보았다.
  어릴 적 나는 우리 집 앞 폭포를 오르내리며 놀았다. 한여름 폭포에 들어가 숨 멈추고 한참 있기, 떨어지는 폭포에 두 손 대고 오래 있기, 폭포 동굴 속 차갑고 서늘한 기운 느끼기, 조릿대잎 배 만들어 폭포에 띄워 보내기 놀이는 얼마나 신나고 시원한 놀이였던가!
 그때 그 폭포는 늙지도 나이 들지도 않고 여전히 푸르른 청년처럼 지금도 내 앞에 있었다. 폭포는 나에게 “어서 와, 잘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어. 훌륭해.”라고도 말하는 것도 같았다. 그것은 “앞으로도 다아 잘 될 거야.”라고 축복하는 말씨 같았다. “폭염 때문에 …….” 혼잣말로 중얼거리려니 갑자기 천둥 같은 폭포 소리가 났다. “돈워리! 비해피! 여름은 금방 간다. 폭염이 밀려올 땐 달려와. 폭염 따위 시원하게 날려버려 줄 테니.” 
 나는 폭포 옆에서 폭포가 되어 상념에 잠겼다. ‘때론 거슬러 올라가 보는 도전도 필요해. 생명의 근원이 시작되는 원시림까지 도달해서 근원부터 생을 되짚어보는 사색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 때론 뛰어내리는 용기와 모험도 필요해. 그건 부활(復活)일 수 있거든. 폭포를 뛰어내려야 금강골 골짜기 개울물 따라 흘러가 볼 수 있지. 폭포를 뛰어내려야 태평다리를 지나 호수에 다다르고 소나무숲도 만날 수 있지. 폭포를 뛰어내려야 달천강 남한강으로 갈 수 있지. 폭포를 뛰어내려야 신동엽의 ‘금강(錦江)’을 낳은 금강에도 갈 수 있지. 폭포를 뛰어내려야 ‘용맹하고 애국심 강한 국군이 낙동강을 사수했다’ 할 때 나오는 낙동강에 다다를 수 있지. 폭포를 뛰어내려야 한강 금강 낙동강 지나 바다로 가고,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에 이르게 돼’
   폭포 소리에 깨어난 나는 김수영의 <폭포>를 외며 집으로 돌아왔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인생에 폭염이 찾아올 땐 폭포를 찾아갈 일이다. 현실에서 불의와 부조리를 만났을 땐 두려워하지 않고 저항할 일이다. 세상의 권력이나 탐욕이나 획일성에 의해 매몰(埋沒)되지도 않고, 세속적인 욕망에 의해 타락하지도 않고, 고매(高邁)하게 살 일이다. 기백(氣魄) 넘치고 정의롭고 자유롭게 살아갈 일이다. 우리 부모님처럼, 금강골 폭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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