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잠자리 난다
상태바
하늘에 잠자리 난다
  • 최동철
  • 승인 2021.07.29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98>

 이른 아침, 구병산을 마주하는 창밖을 보니 잠자리가 하늘을 난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대중가요 ‘에헤라 친구야’의 ‘하늘과 땅 사이 뜻대로 오가는 바람이어라’노랫말처럼 공활한 창공을 숱한 개체가 높게 낮게 맘껏 활공을 한다.

 잠자리의 비행술은 예전이나 현재나 인류의 연구대상이다. 잠자리는 유시류 중 고시류(古翅類)다. 고시류는 날개가 있으나 접을 수 없는 곤충을 이른다. 2쌍의 비닐 막 같은 반투명 가벼운 날개다.

 날지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 중일 때는 날개를 좌우로 낮게 편 상태거나, 등 위에 곧추 세운다. 날 때는 다른 곤충과 달리 앞날개 뒷날개 뿐 아니라 하나하나의 날개가 각각 따로 움직인다. 좌우앞뒤, 높게 낮게 맘먹은 대로 난다. 4륜 구동 비싼 자동차 보다 더 파워풀하다.

 공중의 한 곳에 아이들링하며 가만히 머물러 있을 수 있다. 헬리콥터가 한 수 배운 항공술이다. 하루에 2백여 마리 이상의 모기 등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답게 사냥 때는 엄청 빠른 속도로 먹이를 포획한다. 1시간에 40킬로미터 이상 장거리 고속 비행도 가능하다.

 아마 60대 중후반 이상의 노인들이라면 잠자리를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 기억을 간직하고 일을 것이다. 마구 휘어지지 않을 정도의 가느다란 대나무 끝에 철사 등으로 네모, 세모 내지는 둥근모양의 테를 만든 뒤, 거미줄을 돌돌 감아 활공하는 잠자리를 낚아챘다.

 또는 삶아 껍데기를 베낀 하얀 속살의 삼대 끝부분에 삼각형 테를 만든다. 역시 거미줄을 감아 암컷 잠자리 한 마리 붙여 인질처럼 삼으면 주변 수컷이 다가왔다. 그 순간마다 잡아채서 잡는 재미와 스릴은 아직도 희미한 추억 속에 남아있다.

 아하! 한 방법이 또 있었다. 잠자리 중에서 제법 큰 종류인 말잠자리 암컷을 포획하여 수컷을 유인하는 것이다. 가느다란 대 끝에 1미터 정도 실로 포획한 암컷의 꼬리부분을 묶은 뒤, 날게 하면 수컷이 다가와 암컷의 등에 올라탔다. 한 여름날 철없던 시절의 놀이였다.

 어쨌거나 잠자리가 출현하기 시작했으니 무덥고 긴 여름날도 중턱을 넘어섰다는 의미일 게다. 이제 조금만 더 더위를 참아내면 어느샌가 들녘에 빨간 꽁무니를 단 가을의 전도사 고추잠자리가 활공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뀔수록 잠자리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허기야 10여년전만해도 요즘 같은 여름날 어둠이 짙어지면 집주변엔 반딧불이 천지였다. 마치 동화 속 집 같았다. 지금은 한두 마리 찾기 어렵다. 문명이 빗어낸 현상이다. 두렵다.

 그래서 인류는 코로나19 이겨내고, 잠자리는 하늘을 가득 메워주는 그 날이 오길 염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