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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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백신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7.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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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변덕스런 날씨는 정원에게 수호신이 되기도 하고 악마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달초에 찾아온 소낙비에 흠뻑 물먹어 질척해진 정원은 7월의 생명전자 태양을 만나서 원기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삼복더위의 갈증과 폭염으로 소진된 몸을 흐느적대면서, 잠시의 여우비 한줄금에 생명줄을 맡기면서, 아름다운 여름 꽃무더미를 만들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던 7월이었다.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의 역경은 용광로의 순금처럼 뿌리 심지에 강인한 백신이 되었나 보다. 금송화, 다리아, 맨드라미 등의 토종화초가 나름대로 본거지를 지키는 중이며, 산나리, 접시꽃, 백일홍, 베리크 등 키다리들이 더운 바람에도 화답하는 중이다. 

  첨단과학, 초고속정보화, 그리고 물질만능 시대 속에서 혼란스럽게 살아가던 인류는 역사상 그 전례가 없었던 위기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실랑이로 비대면 문화에 오래 익숙해지면서, 코로나 이전의 기억들은 신의 유리벽 저 너머로 고요히 잠들어가는 모양새다. 매스컴에서는 날마다 코로나로 인한 부정의 사례들을 토로하지만, 오히려 침묵의 터널을 도전의 기회로 삼아서 역전의 삶을 얻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전환한 사람들이야말로, 정신적 백신으로 무장한 성숙한 영혼일 것이다. 무력감과 안일함과 고통의 늪에서 용감하게 빠져나와, 신선하고 경이로운 삶을 찾아서 액션한 사람들이다. 

  퇴직 전에 연수한 바 있는 뇌 교육에 의하면, 사람들의 95%는 어제와 거의 유사한 생각을 반복하면서, 습관의 텃밭에서 머뭇거린다고 한다. 뇌가 수동적, 폐쇄적으로 반복 훈련되면서 록(lock)현상에 걸리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물러설 곳도 없고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판단이 될 때, 주도적으로 강한 발동에 걸리는 뇌는 청색 신호등을 켜기도 한단다. 사면초가 암흑의 상황일수록 희망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인간 본성의 작동일 것이다. 이렇게 잠겨있던 뇌가 다시 원동력을 발휘할 때의 선물로 뜨거운 열정의 가슴을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우여곡절 삶의 계곡을 넘어온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의 뇌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의 한시적 한계적 조건보다는 내면의 용기를 방해하는 부정의 벽이다. 그 정신적 두려움을 배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오직 마음의 옹달샘에서 솟아나오는 긍정의 힘일 것이다. 지금은 그 어떠한 난관에도 마음 줄기를 튼튼하게 잡아주는 마법의 동아줄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뇌가 정저지개구리가 되어간다고 생각되면,  반전의 액션으로 제 3지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봉사, 자연, 취미, 신앙, 특정한 물건 등 자신의 열정과 집중력을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좋을 것이다. 일찍이 앙드레 지드는 ‘그 무엇에도 광적인 집착을 배제한다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을 사랑하는 과정은 행복을 선물한다.’고 말하였다. 
 나의 평범하고도 소소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자연 순환의 축소판 작은 정원에서 변화하는 사계의 음률과 생태계 속으로 몰입의 날갯짓을 멈추지 않은데서 비롯되었다. 작은 마음의 상처나 갈등에도 쉽사리 유약해지던 내 심신에 강한 내공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며, 진록의 비타민 백신을 주입해 주는 영혼의 텃밭이라 하겠다.
 
  더 갓 이즈 인 더 디테일-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세상의 모든 희망과 역사는 다시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우리의  내면이 도전과 도약의 백신으로 무장된다면, 소소하고 평범한 행복의 부메랑은 기필코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연속적인 폭염과 폭우의 수난이 작은 정원에 강인한 백신이 되었듯이~ ~ 민족의 혼, 호연지기 같은 정신적 백신으로 무장하여, 함께 상생과 소망의 언덕을 오르는 여름이기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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