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세조길”과 행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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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세조길”과 행궁터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1.06.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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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북도 보은에는 수양대군이 왔다간 자취, 소위 “세조길”이 있다.
평온하게 정치하는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후 노산군으로, 또 폐서인하여 죽인 그 수양이다. 또 친동생인 안평대군과 금성대군까지도 죽였다. 사육신과 육진을 개척한 김종서 등 수많은 조정신료들을 역적으로 몰아(사실은 수양이 역적) 죽였다. 삼족(친가, 처가, 외가)의 남자들은 모두 죽이고 가족인 여자들은 모두 노비로 하여 찬탈에 공을 세운 “정난공신”들에게 전리품으로 나누어주고 절손시킨 악독한 자다.
그는 재위기에, 별다른 업적도 없었다. 천벌을 받아서 문둥이가 되어 고생하다가 50살에 죽었다. 그런 수양이 뭐가 그립다고 섬섬옥족(纖纖玉足), “세조길”까지 만들어 추억한단 말인가?
또 속리산 꼬부랑길 입구 길섶에는 말탄 하얀 난쟁이상이 서있다. 마치 애들 만화책에서 본듯한 장난질한 상이다. 수양이 미워서 일부러 저런 개망태기 상을 만들었는가? 필자가 지면과 인터넷으로 여러번 “보은인들의 수치”인 저 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해도 군에서는 수십년동안 꿈쩍도 않고 버텼다.
마음을 고쳐먹고 군이 수양을 희화화한 저런 석상을 고집스레 세워두고 버티는 뜻이 뭘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비로소 아! 그랬었구나 하고 피식 이해를 하게 되었다. “우선 먹기에 엿이 달다”고 했던가? 관광수입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측은해 보일 뿐이다. 관광객이 좀 는것이 “세조길” 설치 때문이 아니라 속리산의 빼어난 경치 때문이다.
보은의 또 하나 수양의 흔적으로 행궁터가 있다. 당초에는 “대궐터”라는 큰 표지가 있었다. “대궐”이란 큰 “궐”을 말하는데 경복궁, 창덕궁 등 한양의 5대궁이 그것이다. 작은 초가집들 사이에 있는 왕이 쉬어간 큰 집을 “대궐”로 생각했는지 모르나 그것은 “대궐”이 아니고 전국에 산재한 “행궁”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후, “행궁”이라고 바로 잡고 표지석과 안내문도 바꿨다.
그런데 아랫마을의 한두 옹고집쟁이들의 반발이 있었다. 외형적으로는 “대궐”이란 말이 크고 좋은데 “행궁”이란 말은 당치도 않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느 바람도 없는 날 밤, 누가 밀었는지 수십년을 무탈하게 안내현판집이 뒤로 꼿꼿하게 넘어져 버렸다. 한 일주일 방치하더니 어느 날에 어디론지 실어가 버렸다.
그 후 군에서는 “세조길”은 단장하면서 행궁터 안내판은 1년 가까이 원상회복을 않고 방치했다. 행궁은 지방나들이를 간 임금이 직접 정치를 한 행정관청으로서 역사적 터로 중요한 유적인데도 말이다.
세조는 신미대사를 만나려고 보은에 왔었다. 그러니 “세조길”이 아니라 한글 창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신미대사 추억길”로 함이 옳을 것이다. 적어도 일생동안 수만 번을 오간 길이 아니던가? 수양은 자신이 지은 업보(죄)가 커서 문둥병에 걸리자 부처님의 힘으로 병을 낫고자 전국의 사찰과 온천장을 찾아다니며 피고름을 씻으며 나름대로 치료를 했으나 낫지 않고 문둥병으로 죽었다. 그의 장자 의경세자(덕종으로 추존)는 병약하여 요절했고 둘째아들 예종이 왕위에 올랐으나 역시 재위1년 만에 요절했고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은 너무 어려서 왕위를 이어받지 못했다. 사람의 목숨을 마치 풀을 베듯 무수히 뺏은 자가 되돌려 받아야 할 업보였다. 수양은 부처님의 도움으로 병을 고치려고 이곳 보은산곡에 바람같이 한번 왔다간 것일 뿐, 이 지방에는 관심도 없었다. “세조길”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조가 한번 걸어간 길은 자국도 없고 도덕적으로 아주 패악한 군주 수양이 애절하게 기억될 가치도 없다. 남들이 안하는 짓만 하는 사람을 특이한 사람이라고 한다. 수장이 오래 집권하면 이런가? 무지한 한두 사람의 뜻만 따르는 것이 수장이 할 짓인가? 사는 것이 창피스럽다. 또 다른 지역텃세를 보는 것 같다. 차라리 행궁터 안내판을 보은사람이 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괜히 도와주려고 헛짓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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