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축사악취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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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축사악취에 시달린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1.05.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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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 대야리의 한 돼지농장이 파이프를 하천쪽으로 빼놓았다. 배출관 하단 옹벽이 시커멓게 변해 있다. 주민들은 농장측이 이 관을 통해 축산폐수를 배출하는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야리 주민으로부터 환경 고통을 호소하는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재래식 돼지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너무 심해 마을주민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상황인데 이에 더해 아직 낮은 기온임에도 파리가 들끓어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마을주민은 “축사 주변에서 날아오는 파리 때문에 집집의 창문은 고사하고 차문 조차 열고닫을 수가 없다”며 “돼지농장 측이 대야천으로 축산폐수를 몰래 방출했기 때문에 파리가 날아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은 그 근거로 대야천이 평소와 달리 무척 혼탁함을 들었다. 주민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에는 하천 바닥과 물이 윗물과 다르게 변색돼 있다. 주민은 “이 하천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골짜기 물이기 때문에 누군가 오염수를 배출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혼탁할 수가 없다”며 하천 오염의 주범으로 돼지농장 측을 지목했다.
대야리 마을 초입에 자리한 돼지축사는 대야천과 붙어있는데 축사측이 배수관을 하천과 연결시켜 놓았다. 관이 묻혀 있는 하천 옹벽과 콘크리트 하천보에는 시커먼 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나 있다(사진). 마을주민들은 축산폐수 배출이 수시로 행해진 자국으로 유추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가끔 인력을 쓰고 있다는 주민은 “한번 다녀간 인력은 악취 때문에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이 마을로 귀농하려던 사람들도 돼지농장이 마을 입구에 있는 것을 보고는 단념한다. 삼년산성 고분을 보러 이곳을 왔다가도 악취 진동에 발길을 되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마을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을 나온 단속 공무원은 축사측에 살충제 뿌릴 것을 권고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며칠 뒤 불시점검 차원에서 이 농장을 재방문해보았다지만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5월 4일 현재에도 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접적 증거 없이 의심과 정황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기에 단속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참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군에 따르면 올해 축산폐수 무단 방출로 과태료 등 행정처벌을 받은 축산농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는 고발 2건에 그쳤다.
충북도환경연구원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도내 복합악취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는데 축산업과 비료, 질소화합물 제조업 악취 민원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조사대상 사업장의 약 7%가 상습적 악취 민원 사업장이었고, 축산업은 전체 악취 민원의 36.7%를 차지했다.
최근 수년 사이 보은의 축산업이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2019년 기준 1217호의 농가에서 한우·육우·젖소 3만1567두, 돼지 2만5401두, 닭 137만수를 사육해 총 2854억원의 조수익을 올렸다. 작년 재작년 허가가 난 축사가 지어지면 한우나 육우만도 5만두 정도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은군 내 23개의 돼지축사 중 40%인 9개의 농장이 보은군 인구의 46%를 점하고 있는 보은읍에 위치해 있다. 보은군 곡창지대인 탄부.삼승 평야에도 축사가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들녘이 산업단지나 축사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축산업 성장에 따라 주민들이 냄새에 고통을 절절히 호소하며 민원도 잦아들고 있다.
보은군 축산단체와 농가가 “축산업에 대한 보은군민의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생산자들이 스스로 철저한 방역과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을 통해 안전한 축산물 공급에 노력하자”고 결의한 지가 작년 이맘때다. 이 약속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폐수나 분뇨 무단 배출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행정조치가 취해질 때 축산 냄새와 수질오염 등의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축산농장주는 과실일지라도 주변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너무 크다. 고의이든 아니든 가축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면 가차 없이 이에 대한 대가 지불이 엄청나다는 인식이 박힐 때 그 피해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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