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낙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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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낙선인
  • 최동철
  • 승인 2021.04.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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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이제 엿새후면 충북도의원 보은군선거구 재선거에 출마한 기호1번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기호2번 원갑희 국민의힘, 기호6번 박경숙 무소속의 세 후보 중, 한 명은 당선인이 되고 나머지 두 명은 낙선될 것이다.

 낙선된 이들은 어쩜 아쉬움을 토로하며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떨어지고 나니까 배우자, 자식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 모두가 ‘혹시 나 말고 상대후보를 찍어 준 것 아냐’하는 의심증마저 생기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남탓리즘’성 책임회피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세 후보가 서로 잘 아는 사이이거나 아니면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고향 선후배로 존경하고 신뢰했었다면 그만큼 실망과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고 나면 패자 측은 울분과 허탈감에 빠져 고통스러워한다. 선거는 그런 것이다. 이런 현상을 선거후유증이라 하기도 한다. 헌데 낙선인이 차기 선거에서 보란 듯이 재기한 사례를 보면, 패배 후유증을 멋지게 극복한 경우가 많았다.

 다섯 번의 장관직과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 정치인이 있다. 그가 낙선 한 익일 새벽, 당선인 보다 더 일찍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지역구 읍면을 비롯해 논밭을 돌며 유권자들에 ‘낙선인사’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미 ‘심기일전’한 지역일꾼임을 유권자에 상기시킨 일화다.

 문제는 당선인에 있다. 낙선인과 반대로 당선인은 자체적인 소영웅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보니 차기 선거에선 오히려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초선이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임을 입증한다.

 이러한 유형의 승자는 당선의 영광이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이룬 몫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지고 있던 선거를 자신이 어떤 묘수로 역전시켰다든가, 상대후보보다 훨씬 잘났기 때문에 승리했다는 식의 오만에 빠지기 쉽다.

 이렇듯 승리에 도취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배타적 태도는 평소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대응을 방해하게 한다. 그리고 행동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결국 선거를 도왔던 이들과도 괴리가 생긴다. 소통부재가 되고 독선에 빠져 당초의 소신은 묻어버린다.

 선거에서 당선인이 됐다는 것은 곧 ‘공인’이 됐다는 의미다. 모두를 지켜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이다. 지역 유권자들이 다른 후보보다 더 많이 신뢰했기에 당선인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당선인은 이러한 믿음에 보은해야 할 절대 책무가 있다.

 이제 엿새 남았다. 세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과 유권자에 대한 믿음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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