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성 (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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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성 (밥상머리 교육)
  • 김종례(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2.2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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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봉우리 잔설은 반쯤 풀린 얼음장 밑으로 샛강이 되어 흐르고, 텃새들은 자유의 날갯짓으로 나목마다 후루룩 날아오른다. 그래도 살아있음에 퍼뜩 정신 들게 하는 봄날은 와, 겨우내 우리들 내면의 앙금까지 부시시 깨우고 있는 중이다. 끝난 줄 알았더니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만물은 경칩을 향해 봄앓이 하는 중이다. 바야흐로 아이들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이렇게 오나보다. 맞물려 얼마 전에 교육부에서는 우후죽순마냥 확산되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개학연기 없음과 교육과정 정상운영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였다. 봄날의 새 순잎 같은 아이들의 기본 인성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인간의 인성과 행복에 관한 문제는 교육적 측면보다 종교적, 철학적 측면에서 더 일찍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아마도 인성교육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금을 통하여 인성교육의 심부를 파헤쳐 들어가면, 인성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체계적인 실천과정보다는, 탁상공론적인 인성이론에만 의거, 명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세계 어디서나 인성교육에 대한 목소리는 꽤나 높은 편이었으나. 그저 동양의 도덕 교육 내지 서양의 시민교육으로 포장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 면과의 접목 부족인 경우였다. 그동안 우리의 인성교육 역시 유교에서 비롯된 도덕적 실천방법만을 중시함으로써, 진작 아이들의 행복감은 도외시된 인성교육으로 관철되어 왔음이다.
  이미 오래전에 벤쟈민 프랭클린(미)은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바람직한 길은 ‘13가지 덕목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의 13가지 덕의 항목이란 ‘겸손, 질서, 의지, 근면, 절약, 신실, 정의, 청결, 마음의 평정, 순결, 절제, 온건, 침묵들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덕목들을 잘 지키며 살아갈 때, 사람은 진정한 내면의 행복감을 누리게 된다고도 하였다. 여기서 괄목할 두 가지는 프랭클린이 제시한 덕목들과 가치들이 현대의 동. 서양의 사상가들이 본 인성의 덕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동. 서양의 문화적 차이와 전통적 가치로 인한 교육의 방식은 차이가 있었지만, 동. 서양 인성교육의 근간은 같은 맥락을 유지하며, 도덕적 인간 내지 민주시민 육성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도덕과 윤리교육을 철저히 받아 온 나도 생소한 덕목은 거의 없지만, 내면의 행복의 조건인 마음의 평정은 다른 항목보다 상위요소에 배치됨이 어떨까 싶다.     그러므로 유교에서 비롯된 도덕교육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종래의 인성교육의 시각은 타파되어야 할 점이 있다. 더구나 서양문화와 영어권역이 우리 생횔 깊숙이 자리 잡은 현실 속에서, 우격다짐식 사람교육만을 고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일반상식, 틀, 규범, 한정된 견해 등 맹목주의나 고정관념을 와장창 부수어 내고서야, 비로소 행복한 인성교육은 미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전통적인 뿌리교육을 배제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지구촌의 리더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인성교육의 품격을 높여주는 뿌리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로부터 천지인(天地人)정신을 국가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삼아 온 우리 한민족이 아닌가! 특히 전 세계가 한 울타리 안에서 어우러지는 초 연결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상생과 조화의 이념도 홍익인간의 바탕정신인 것이다. 만일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한다면, 미래지향적 인성교육의 실현 가능성 역시 희박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적인 뿌리교육은 튼실하게 지켜가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행복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지금이다. 스마트폰에 쉽게 갇혀버리는 IT시대에 사는 아이들이 어찌하면 긍정적인 눈동자가 반짝이는 희망씨가 될 것인지, 부정적인 정서에 노출되어 좌절하는 절망씨로 살 것인지는 밥상머리를 지켜주는 부모의 몫이다. 밥상머리에서 큰 소리 칠 바에는 차라리 수화가 좋지 않을까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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