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할머니들의 모성애
상태바
요양원 할머니들의 모성애
  • 최동철
  • 승인 2021.01.14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71>

 늙고 병든 자신을 갖다 버리려 깊은 산속을 헤매는 아들이, 행여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했다는, 어머니의 모성과 관련한 ‘고려장’에 얽힌 설화가 있다. 귀가 길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부랴부랴 다시 집으로 모셔 갔다는 이야기다.

 일설에, 현대판 ‘고려장’이라고도 불리는 요양원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지켜볼 수 있다. 중증 치매의 한 노파는 먹을 걸 쥔 한 손을 자꾸 어깨 너머로 들이민다. 처음 목도한 이들에겐 한낱 해프닝 같지만 실은, 기억 속 업고 있는 등 뒤 자식에게 먹으라주는 모성행동이다.

 또 대부분의 노파는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먹을거리만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손수건이나 종이에 싸서 허리춤이나 그 밖의 안전하다고 느끼는 구석진 곳에 꽁꽁 숨겨둔다. 면회 올 자식에게 주기 위해서다. 자신은 입맛만 다신 채거나 기껏 부스러기 정도만 먹은 상태로다.

 7, 80대 노인들이 젊은 시절 자식 낳아 기르던 때는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했다. 가수 진성의 “배 꺼지니 뛰지도 말고, 물 한 바가지로 배 채웠던” 보릿고개 노랫말처럼 특히 자식을 기르던 어머니들은 배고픔 속에 살았다. 그 때의 모성이 지금도 눈물겹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모성애는 사람만이 가진 전유물은 아니다. 문어과의 연체동물들은 목숨까지 바치는 모성애를 가진다. 보통 5~6월에 산란하는 주꾸미는 약 400개의 알을 낳은 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30일간 알을 관리한다. 자신의 다리를 잘라 먹으며 부화 때까지 버티다 끝내 사망한다.

 낙지도 약 50개의 알을 낳고 100여 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부화를 지켜보다 주꾸미처럼 굶어죽는다. 강아지만큼의 지능을 가졌다는 문어 역시 모성애가 무척 강한 동물이다. 알을 관리하다 부화하게 되면 수관을 힘차게 불어 새끼들을 바다로 떠나보낸 뒤 최후를 맞는다.

허기야 요즘은 모성애를 거부하는 사회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는 즈음이다. 이른바 ‘페미니즘’이다. 수많은 여성이 관습에 따라 모성애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한다. 남성 위주의 ‘만들어진 모성’에 의해 출산과 양육의 짐이 여성에게만 지워졌다는 것이다.

 사실 수백 년간 유교가 지배하며 여성에게 모성신화에의 동참을 강조했던 게 우리나라다. 세상이 변한 21세기, 대부분의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경제 등 사회활동에 참여함에도 양육과 가사 노동 등은 여전히 모성을 가진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최근 페미니즘과 관련된 여성과 육아의 부작용이 심심찮게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린 자식은 내팽겨 둔 채, 게임이나 술독에 빠진 엄마도 있고, 제 자식을 남 보다 더 못되게 대하는 모성도 있다. 마치, 물질만능주의가 빚어 낸 변태 모성의 반란 같은 모양새다.

 어쨌든 요양원 할머니들의 강한 모성애적 이상행동은 ‘어머니’를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