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 감암에 놀러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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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산 감암에 놀러가서
  • 보은신문
  • 승인 2020.12.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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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충암 김정선생 500주기 기념 12편

본지는 우리지역 출신으로 기묘명현 중 한 분인 충암 김정선생(1486~1521년) 500주기를 맞아 그를 조명하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기획 취지에 동의해준 김병서 필자께 지면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필자가 소개하는 국역 충암집 내용을 가감 없이 독자들께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글이지만 500년 전 귀향지 제주에서 절명한 보은 출신 충암 김정 선생의 삶을 반추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필자의 말을 독자들께 드리는 인사로 대신 전해 드립니다. 본보의 취지에 동감하는 독자들의 성원과 투고를 통한 많은 참여가 있길 기대합니다. -편집부-

 

17.구병산

속리산에 관한 글 처럼 구병산에 관련된 한시도 고향의 풍광을 기록해 둔 것으로 지역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국역 충암집 내용을 그대로 싣고자 한다.

遊九屛山嵌巖贈惠師

(구병산 감암에 놀러가서 혜사에게 보냄)

沈冥守環堵 / 年病迭凌剿 (침명수환도 / 년병질릉초)

引領望九屛 / 秀色亘蒼縹 (인령망구병 / 수색금창표)

羈禽志霄漢 / 振翮思輕矯 (기금지소한 / 진핵사경교)

整策尋山路 / 暫脫氛昏擾 (정책심산로 / 잠탈분혼요)

榛墟問野夫 / 迢迢殊未了 (진허문야부 / 초초수미료)

흐릿흐릿한 기운이 담장을 돌고 / 묵은 병이 잇달아 괴롭히네

고개 들어 구병산을 바라보니 / 빼어난 빛깔이 푸른 산기운에 이어지네

둥지의 새는 높은 하늘을 생각하여 / 날개를 떨쳐 가볍게 뛰어오르네

지팡이를 챙겨 산길을 찾아 / 잠시 음습한 분위기를 벗어나네

잡풀 우거진 데서 농부에게 물어보니 / 아득하여 아직 길이 끝나지 않았구나 *국역 충암집 상권 439~440쪽

緣岡始入谷 / 縈紆度危抄 (연강시입곡 / 영우도위초)

碅磳饒亂石 / 樹木枝相繚 (균증요란석 / 수목지상료)

上庵得高曠 / 白雲窮窈窕 (상암득고광 / 백운궁요조)

夜宿襲嵐煙 / 晝往援蘿蔦 (야숙습람연 / 주왕원라조)

憑崖聘晴眺 / 宇宙俯觀眇 (빙애빙청조 / 우주부관묘)

遠想入靑冥 / 遙精飛八表 (원상입청명 / 요정비팔료)

언덕을 따라 막 골짝으로 들어가 / 얼기설기 위험한 곳을 지나네

울쑥불쑥 어지러운 바위가 많고 / 수목은 가지가 서로 얽혀 있네

상암사는 높고 툭트였고 / 백운사는 지극히 그윽하네

밤에 자니 산기운이 엄습하고 / 낮에 가니 담쟁이에 의지하네

벼랑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고 / 우주의 오묘함을 내려다보네

생각은 멀리 아득한 곳으로 들어가고 / 정기는 아득히 팔방으로 날으네 *국역 충암집 상권 440~441쪽

茲山實奇峻 / 群岫比竝少 (자산실기준 / 군수비병소)

雪骨千萬仞 / 半空霜外標 (설골천만인 / 반공상외표)

最後一石室 / 反聽歸靜窅 (최후일석실 / 반청귀정요)

嵌巖谽穹窿 / 陰竇洞䆗窱 (감암함궁륭 / 음두동요조)

苔扃終夕掩 / 閑房數席小 (태경종석엄 / 한방수석소)

累日寄偃息 / 塵情遺莽藐 (누일기언식 / 진정유망묘)

이 산은 실로 기이하나니 / 산 동굴들이 나란함이 드물구나

눈덮인 산이 천 길 만 길인데 / 허공에 서리를 넘어 드러났구나

가장 끝에 석실이 하나 있는데 / 돌아오는 소리 조용하고 그윽하구나

감암은 높은 곳에 움푹패여 있는데 / 어두운 구멍이 골짝으로 깊이 들어갔네

이끼낀 문은 밤새 닫혀있고 / 한가한 방엔 작은 몇 자리가 있구나

몇날을 기탁하여 쉬고 있으니 / 세속에 대한 생각이 멀리 버려지네 *국역 충암집 상권 441~442쪽

微泉滴永夜 / 松韻連淸曉 (미천적영야 / 송운연청효)

漻漻巖風勁 / 蒼蒼山月皦 (류류암풍경 / 창창산월교)

歲暮枯蓬振 / 新雪林巒皛 (세모고봉진 / 신설림만효)

川梁信難越 / 江波亦渺渺 (천량신난월 / 강파역묘묘)

幽蘭抱香死 / 志士含憂悄 (유판포향사 / 지사함우초)흐릿흐릿작은 샘은 긴 밤내 물방울이 떨어지고 / 소나무에 바람 소리 맑은 새벽이 이어지네

휘익휘익 바위에 부는 바람은 거세고 / 푸릇푸릇 산위의 달은 밝구나

세모에 마른 쑥대가 흔들리고 / 막 내린 눈에 수풀이 해맑네

시내의 다리는 정말 넘기 어렵고 / 강 물결 또한 아득하구나

그윽한 난초가 향기를 안고 죽으니 / 뜻있는 선비는 근심을 품고 초조하네 *국역 충암집 상권 442~443쪽

紉佩欲有寄 / 中情徒皎皎 (인패욕유기 / 중정도교교)

將從方外友 / 巖趣相牽繞 (장종방외우 / 암취상견요)

憐爾神骨淸 / 鶴貌雙瞳瞭 (연이신골청 / 학모쌍동료)

䴢鹿迹漸親 / 支許風堪紹 (미록적점친 / 지허풍감소)

山中聊淹留 / 攀援托松篠 (산중료엄류 / 반원탁송소)

桑下豈無戀 / 躊躇感山鳥 (상하기무련 / 주저감산조)

揮手出洞去 / 悵然雲霞杳 (휘수출동거 / 창연운하묘)

패식을 보내고 싶어도 / 마음속만 그저 허전하네

장차 세속을 떠난 친구를 좇아 / 자연의 정취에 빠지리라

어여쁜 너 정신이 맑고 / 학의 모습에 두 눈동자 맑구나

사슴 고라니와 자취가 점점 가까워지고 / 지백과 허유의 풍모는 이을만하구나

산속에서 애오라지 오래 머무르려니 / 붙잡고 매달려 소나무에 기탁하리

세속에 어찌 미련이 없을까마는 / 산새 소리에 만족감을 느끼네

손을 흔들면서 골짝을 나서 떠나면 / 슬프게도 자연이 멀 테니까

*국역 충암집 상권 443~444쪽

 (다음호에 이어짐) /김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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