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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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통행금지
  • 최동철
  • 승인 2020.12.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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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12월25일은 성탄절이다. 예수가 태어난 날이니 범 기독교계에서는 최대 축일이다. 고로 ‘크리스마스이브’라는 24일 오늘 밤부터 성당과 교회에서는 시끌벅적 야단스레 각종 축하행사가 열려야 맞다. 헌데 이번만큼은 눈 내리듯 조용한 성탄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 세계적 팬데믹 현상을 보이는 코로나19의 확산추세 때문이다. 교황이 매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집전하는 성탄전야 미사도 예년보다 2시간 앞당겨진 오후 7시30분 치러진다. 이탈리아 정부가 성탄절 전후 밤 10시부터 통행금지를 시행하는 데 따른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돌이켜보면 통행금지가 해제된 1982년1월5일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자정부터 새벽 04시까지 통행을 할 수 없었다.(※충청북도는 내륙지방이라는 이유로 1965년 해제) 다만 부처님오신 날, 크리스마스, 제야의 종을 치는 12월31일만 특별 예외였다.

 있던 통행금지를 임시해제하고 성탄절을 축하하고 즐겼었다. 그러나 올 해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탓에 사람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약하고자 없던 통행금지를 시행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람이 모일수록 감염률이 높아지니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각설하고, 아마도 40대 이하는 통행금지 시절의 느낌이 그다지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광복되던 해인 1945년부터 미국 극동 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에 따라 통행금지가 시작됐다. 그 후 37년간 지속되다가 전두환 정권이던 198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통금 시대, 밤 11시30분이 되면 예비 사이렌이 울린다. 이어 자정 통금사이렌이 울리고 세상은 갑자기 조용해지며 예서제서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만 요란하다. 방범대원들과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순찰을 돌고. 거리에서 눈에 뛴 사람들은 여지없이 파출소로 연행된다.

 새벽녘 기차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역전 출구에서 팔뚝에 확인도장을 받아 귀가한다. 물론 차량도 다니지 못하니 걸어서 가야한다. 1965년 이후에는 충북도계 인근에서 자정까지 술 마시고 즐기다 얼른 통행금지가 없는 충북지역으로 숨 가쁘게 넘어오기도 했다.

 실은 조선시대에도 통행금지는 존재했다. 통금이 시작되는 시간을 ‘인정’, 끝나는 시간을 ‘파루’라 했다. 태종 때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30분까지 통행금지였다. 세조 때는 오후9시부터 다음날 새벽3시까지로 다소 완화했다.

 또한, 유교적 이유로 바깥출입을 자제해야 했던 여성들에게는 특별히 저녁7시부터 9시까지 자유롭게 바깥일을 보게 했다. 대신 남성들은 이 시간대는 통행을 금지했다. 여성 한 명 눈에 띄지 않다가 초경을 알리는 종이 ‘땡’하고 치면 남자들은 사라지고 여자들만 다녔다는 것이다.

 보은군내 기독교계는 과연 성탄절 행사를 통행금지에 버금가는 수준에서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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