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며느리를 예뻐해 주세요
상태바
베트남 며느리를 예뻐해 주세요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0.12.03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웬 밍 찌엣(Nguyen Minh Triet) 전 베트남 국가주석은 2010년 5월 한국의 신임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베트남의 네 번째 전략적동반자관계국가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정치와 경제 분야의 긴밀한 유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문화적 이해가 제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응웬 주석은 명시적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 차원에서 다각도로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가. 한반도의 1.5배인 국토면적(33만 평방 킬로)에 전체 국민 평균연령 30세, 연평균 1퍼센트 대의 인구증가율을 유지하며 1억에 육박하는 동남아의 인구대국(2019년 9620만 명)이자 매년 500만 톤의 쌀을 수출하는 세계 3대 식량자원대국이다. 이 나라 중부 안남(Annam)이 바로 우리가 먹는 쌀의 고향이 아닌가. 이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생산과 수출에서 부동의 순위를 지켜온 커피대국 브라질-콜롬비아-인도네시아의 빅 쓰리 아성을 무너뜨리고 170만 톤(2019년)의 커피를 수출하면서 브라질에 이어 제2위로 올라섰다.
   이 나라는 국부 호찌민(Ho Chi Minh)과 보 응웬 접(Vo Nguyen Giap)장군으로 더 유명하다. 모든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의 ‘호 아저씨’로 통하는 호찌민은 평생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서 헌신했고, 접 장군은 프랑스군 사령관 6명, 미군 사령관 3명 등 도합 9명의 기라성 같은 적장들과 싸워 모두 이겼다. 1979년 국경전쟁에서도 베트남은 비정규군을 동원하여 숙적인 중국의 정규군을 제압하였다. 천 년의 중국통치(기원전 111-938)와 67년의 프랑스 통치(1887-1954)를 베트남 국민 자력으로 끝내고,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을 상대로 승전(1975)한 나라다. 
   베트남전을 경험한 우리 세대는 베트남에 마음의 빚이 있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시 보훈처는 어처구니없게도 베트남 참전용사 대우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조야가 발끈했으나, 정작 당사자격인 팜 띠엔 번(Pham Tien Van) 당시 주한 베트남 대사는 이를 ‘외교사고’라며 톤을 크게 낮추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를 대우하되 베트남 참전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일렀다.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혼자서 한국인의 묵은 빚을 반으로 줄였다. 할인행사 중인 호찌민시의 대형 백화점에 ‘박항서 100%’라는 광고가 나붙었다. 방문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공짜로 드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변화의 격랑 속에 있다. 여성시대와 더불어 다문화시대가 내도한 것이다. 매년  2만 쌍 이상의 다문화 부부가 탄생하여, 2018년 총인구조사에서 33만 5000가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가정을 창출하였다. 외국인 며느리가 더 이상 이상할 것이 없게 된 것이다.  2019년의 경우, 총 17,687명의 외국인 며느리가 들어왔는데, 그 중 6,712명에 달하는 베트남 여성이 단연 수위다. 베트남도 우리 역사와 마찬가지로 중국문화의 주변부에 있었다. 한자를 쓴다. 우리의 관혼상제를 ‘ㅤㄲㅘㄴ혼땅떼(冠婚喪祭)’라 하고 그 내용도 매우 흡사하다. DNA도 한국인과 가장 가깝다는 연구발표도 있었다.
   거역할 수 없는 다문화시대의 물결 속에 대를 이어야할 후손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점차 공동화 되어가는 농촌 마을은 외국인 며느리들의 사각지대다. 이들을 위한 종합적인 양방향 복지정책이 시급하다. 이들에게 우리말과 전통문화를 이해시키고 우리도 며느리 나라의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장(場)이 상시 열려 있어야겠다. 베트남 며느리를 만나면 한 마디 따뜻한 인사를 건네자. 베트남어로 “수고 많으세요”는 ‘엠 벗 바 니우’이고, “사랑해요”는 ‘안 이유 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