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사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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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사별 준비
  • 최동철
  • 승인 2020.11.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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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한 이웃 할머니는 요즘도 눈물을 담고 산다. 마주치는 이마다 붙잡고서 “더 살고 가야 하는데 너무 일찍 갔다”며 넋두리하곤 한다. 고인의 향년은 89세였다. 보기에 큰 통증이나 오랜 병 치다꺼리 없이 갔으니 ‘좋은 죽음’이라 할만 했다.

 다만 생전사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고인은 고추밭일도 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건강했다. 서울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결과 폐암4기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고령이라 수술을 감당해 낼 체력이 아니니 집에서 편안히 여생을 즐기시라’는 의사 소견에 따라 밭일도 남의 손에 맡기고 휴양에 들어갔다. 임종까지 3개월여였다. 어쩜 이때쯤부터 고인과 가족들은 지혜롭게 사별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했으면 정신적 충격을 덜 받았을 것이다.

 부처도 ‘태어난 모든 것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늙음이 오면 죽음은 찾아온다. 아버지도 그 아들을 구할 수 없다...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들은 이 참 모습을 잘 알아서 무작정 슬퍼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이 비탄과 애집과 근심을 없앨 수 있다.‘고 설파했다.

 즉, 노인이 됐다는 것은 삶의 정리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또한 생전사별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때임을 뜻한다. 죽음으로 인한 비탄과 애집과 근심에서 다소나마 벗어나려면 미리 생전사별을 준비해 둬야한다.

 생전사별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본인도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사후에 자식들 간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요양원에 위탁한 치매부모의 손도장을 서로 먼저 받아가려 치고받고 할 때마저 있다. 볼썽사나운 이런 모습들이 실제 벌어진다.

 생전사별 준비는 온전한 정신일 때 해둬야 한다. 본인이라면 ‘흔적 없애기’라는 말처럼 주변정리를 해야 한다.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서로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가는 일이다. 가능한 통증 없이 죽을 수 있는 완화치료 등을 택한다.

 유언할 것이 있으면 미리 정리해 둔다. 유언장 쓰기가 어렵다면 요즘 흔한 스마트폰으로 자가 유언동영상을 찍어두면 좋다. 진심어린 ‘사랑해. 고마웠어. 당신을 용서할거야. 나도 용서해줘’의 말이라면 살아오면서 생긴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적대감을 풀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로서는 사별해야할 당사자의 소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사별준비일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여행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죽음을 맞게 해주는 한 생전사별 준비의 방법일 것이다.

 어떻든 한 평생 삶의 끝마무리를 잘 마감하기 위해서는 ‘생전사별’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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