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 김정선생 500주기 기획연재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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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 김정선생 500주기 기획연재 3편
  • 보은신문
  • 승인 2020.10.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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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화자산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꿔 나가는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발굴하여 세상을 향해 드러내고 함께 누리어 가지는 것이 문화적 소양을 높여가는 지름길이며 새로운 문화유산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물과 유적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실증주의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 발을 디뎠던 사람들의 삶과 뜻을 올곧게 해석해 받들고 가꾸는 것이야 말로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관련 학자나 전공자의 고증이나 감수도 없이 편향되고 굴절된 짧은 지식을 부족한 글발로 표현했으나 소개하는 몇 수의 시가 충암 김정 선생 “시비”와 “기념관” 건립의 당위성을 전파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굴해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작은 밑돌이나마 되길 소망해 본다.
국역 충암집의 순서에 따라 소개함을 원칙으로 했으나 일부는 필자 임의로 주제를 선정해 선택했음을 밝히며 양해를 바란다.

6.총명이 넘쳐 운명까지 예언했다는 6세에 지은 첫 시
牧丹(목단)
洛陽多甲第  /  姚魏鬪芳菲  (낙양다갑제  /  요외투방비)
色借楊妃貌  /  香分韓壽衣  (색차양비모  /  향분한수의)
翠凝煙乍暖  /  紅澗露初稀  (취응연사난  /  홍간로초희)
莫倚春長在  /  明朝事已非  (막의춘장재  /  명조사이비)
낙양에는 화려한 저택도 많더라 / 거기에 모란은 그 아름다움과 향기를 다투네
그 모양 양귀비를 닮은 듯 요염하고 / 그 향기는 한수의 옷에서 풍기는 기향과도 같구나
푸르름 엉기고 봄기운 잠시 따스하구나 / 붉은 빛 아침 이슬에 더욱 윤기 흐르건만
봄날이 길다고는 믿지 말아라 / 내일이면 그 꽃은 벌써 지고 말 것을 *국역 충암집 상권 23~24쪽
(국역 충암집 보다 필자 엄친의 “보은의 지맥과 인맥”에 실린 국역본이 더 맛 갈 있는 글로 생각되어 참조했음)
부친이 글 재주를 시험하고자 뜰에 모란꽃이 만발했을 때, 운을 내어 주자 지은 시라고 한다.
3세에 문자를 터득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의 천재적 총명함을 유감없이 보여준 글이라 생각된다.
개화 기간이 매우 짧은 꽃의 특징을 정확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이슬을 머금은 붉은색 목단(모란)꽃을 통해 봄의 짧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감성이 놀랍게도 6세 때였다는 것이 더욱 경이롭기만 하다.
부친은 매우 감탄했으나 끝 구절이 비애를 담고 있어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장수도 누리지 못할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봄날이 길다고는 믿지 말아라, 내일이면 그 꽃은 벌써 지고 말 것을”이란 구절에서 “화무십일홍”을 넘어 “인생무상”이란 말이 연상되는 것은 그의 짧았던 생을 익히 알기에 가져온 사람들의 해석상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다음호에 이어짐)
/김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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