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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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상강’
  • 보은신문
  • 승인 2020.10.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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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탓에 올 보은대추축제가 이른바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상 보은대추축제 홈페이지, 유튜브 채널과 SNS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에게는 난감하지만 그 외층에는 그럭저럭 소통된다고 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농산물 축제란 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맛을 보며 즐겨야 흥겹다. 비대면은 웃고, 떠드는 난장 같은 면이 없으니 다소 아쉽다. 눈치 빠른 일부 농민들은 자동차에 탄 채 쇼핑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어쨌든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들판엔 온통 황금색 물결이다. 완연한 가을색이다. 내일 23일은 24절기 가운데 18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상강(霜降)’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의미한다. 가을의 끝자락 절기다. 다음에 오는 절기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그래 요즘은 밤낮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어린아이들과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독감예방접종은 필수이다. 엊그제 이웃 노인이 또 별세했다. 환절기 특히 더위와 추위가 자리바꿈하는 때에는 마음가짐을 다부지게 다지고 체력을 다져야 한다.

 이제 가을걷이를 하고나면 마늘도 심고 양파 모종도 이식해야 한다. 헌데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이웃 간 품앗이도 거의 없다. 농촌마을에는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모두가 제 할 일도 힘겨운 노인들뿐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등 외부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농가에서는 일거리가 쌓여있는 이 시기가 매우 분주하고 중요한 때다. 농가월령가에 이즈음 농촌을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고 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상강 즈음에는 감도 거두어 곶감을 만들어야 한다. 고구마도 캐야한다. 서리가 더 심해지기 전에 고추도 따서 갈무리해야 한다. 누렇게 잘 익은 가슴에 안아야 할 정도의 탐스러운 호박도 거둬야 한다.  

 25일 글피는 음력9월9일인 중양절이다. 국화가 만발할 때이므로 예전에는 국화주와 국화전 등을 만들어 먹었다. 국화를 베주머니에 넣어 술독에 담아 만들거나, 약주에 국화꽃을 띄워 국화주라며 즐겼다. 가을의 풍류다.

 장석주 시인의 저절로 붉어질리 없고, 저 혼자 둥글어질리 없어, 분명 세상과 통했다는 ‘대추한 알’을 먹다보면 노란 들판주변 산야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시작된 푸르렀던 녹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는 것이다.

 곡식 익은 들판 새떼 쫓는 허수아비처럼 조금만 더 인내하여 코로나19를 막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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