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추석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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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추석명절
  • 최동철
  • 승인 2020.09.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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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로서 가장 흥겨운 추석이 다가온다. 옛 왕국 신라에선 ‘가배 嘉俳’라 했고, ‘중추절 仲秋節’, ‘한가위’ ‘대보름’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음력 팔월의 한 가운데 날로서 이날 밤의 달은 유난히 크고 휘영청 밝게 느껴진다.

 그래서 예부터 한가위 보름달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려고 했다. 먼저 봐야 일신상 운수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서다. 경쟁하듯 새해 일출을 보려는 거와 같이 추석 밤에도 마을 뒷산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

 마침 추석은 수확의 계절에 자리하고 있다. 풍성한 햇곡식과 과일 등으로 차례상을 마련하여 조상에게 은혜의 예를 올린다. 그리고 흩어져 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친지, 또는 고향 이웃들과 먹고 마시고 즐기며 정을 나누고 회포를 푼다. 매년 추석마다 대부분이 그랬다.

 헌데 올 추석은 코로나팬데믹으로 허전한 추석을 예고하고 있다. 가족전염력이 높아지면서 ‘마음은 가깝고 몸은 먼’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첫 추석 명절이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본부에서 조차 ‘가급적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무증상 확진자도 만연하는 터에 많은 이들이 도시와 농촌 간을 왕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신이 유증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고향 부모를 찾았다가 아버지에게 전염되어 뜻밖의 불행을 당한 보은군 1호 확진사건이 일례다.

 이젠 도·농간 이동만이 전염경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다리 주변에 ‘벌초와 차례상은 용역에게 맡기고, 성묘는 온라인으로 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예전 같으면 ‘혀끝을 찰 일’이지만 요즘은 심각하게 긍정 검토해야 할 사안이 됐다.

 허기야 지난 2015년도 설 연휴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이 창궐할 당시에도 이미 인터넷 성묘 서비스가 실시됐다. 당시 어떤 이들은 ‘성묘음식을 인터넷 주문하여 설 전 날 택배로 받았다’거나 성묘용 조화꽃을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설사 그렇다 해도 허전한 감은 금할 수 없다. 명절은 분가하여 객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과 부모가 얼굴을 맞대는 년 중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다. 평상시 같으면 고향 부모들은 자식이 손주들을 데리고 이제나저제나 마을 어귀에 모습을 보일까 목이 빠져라 기다릴 때다.

 손자, 손녀들의 귀여운 몸짓과 울고불고 웃는 시끌벅적한 행동들로 한바탕 소란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가히 추석분위기다. 헌데 올 명절은 그런 명절 풍경은 보기 힘들게 됐다. 코로나팬데믹에 놀란 가슴들이 멍멍한 가족들의 그리움을 넘어서고 있는 위태로운 때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마음은 가깝게, 몸은 멀리하라’는 방역당국의 말이 절절한 때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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