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 시인, 시집 『풀밭 위의 식사』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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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시인, 시집 『풀밭 위의 식사』 펴내
  • 보은신문
  • 승인 2020.09.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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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이 고향인 장은수 시인이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시집 『풀밭 위의 식사』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집은 섬세하고 다층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역사의 현장에서 잊힌 존재들, 그 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찬란한 것들에 말을 걸며 서서히 관계를 이어간다.
임채성 시인은 “장은수 시인은 과거의 기억을 반추해 새로운 미래를 지향한다. 길가의 풀꽃처럼, 수풀 속 달팽이처럼 살다간 수많은 존재를 진혼하는 것이다. 시인은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현전하는 이름 없는 존재들을 서사적 맥락으로 엮어 과거와 현재의 복합적 시공간 속에 다시 불러 모은다. 그의 『풀밭 위의 식사』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묵시적 시공간을 딛고 일어서는 서정적 자아의 구원과 비상의 에너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시집에는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와해되고 해체되어 가는 이 시대에 지켜내야 할 진정한 가족주의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 담겨져 있는 시 「흰, 연」에는 “전문붉덩물에 발을 묻고 하늘을 우러른다/ 골다공증 깊어가도 곧추세운 굽은 허리/ 이따금 소소리바람 꽃대 밀어 올리고// 펄 속에 잠긴 유년 피고 지는 한세월도/ 선득한 눈빛 두엇 잎사귀에 풀어놓고/ 남루의 젖은 땅마저 향기 흠뻑 적신다// 가르마 선을 따라 햇살이 눈 부실 때/ 흰 꽃잎 가만 보면 가부좌한 내 어머니/ 당신은 그 빛 속에서 염화시중 벌고 있다 ”며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시인이란 때때로 제 상처를 스스로 핥아대는 짐승 같은 존재다. 이 특이한 생명체는 제 안에서 자라나는 절망과 어둠을 양식으로 삼는다. 장은수 시인은 평생 가슴 한구석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 기억은 대체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존재를 통해 되살아난다.
 이 세상 절대자였던 어머니의 청정 고고한 이미지를 드높이려는 의도이다. 세파에 물들지 않고 꼿꼿하게 살다간 어머니의 가르침을 이제야 깨달은 듯한 “염화시중”이란 시어가 시·공간을 이어주는 상상의 끈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시에 드러난 ‘가족’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혈연적 연대감과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인내와 사랑의 위대함이 만들어낸 자신의 어머니의 일생을 인간주의 바탕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요소가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시편들은 타락한 세계에 대한 부정과 비판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윤중로 경전」이라는 제못의 시에서는 “아내가 차려놓은 노을빛 그 밥상머리/ 창을 할퀸 칼바람에 고개 숙인 한 사내가/ 굴곡진 시간의 잔금/ 수저 위에 펼친다// 그럴 쯤 반려견이 식탁 위로 뛰어올라/ 주인도 뜨기 전에 국사발에 혀를 댄다/ 하늘 땅 출렁거릴 때/ 어둠 자락 밀려든다// 저마다 가슴 속에 멍울 짓는 도시에서/ TV 앞에 무릎 꿇고 멍멍 경전 듣는 저녁/ 4월의 개 짖는 소리/ 여의도 벚꽃이 진다”며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선택과 의사에 의해 좌우되지 않음을 제시한다. 이어 그는 시 속에 희망의 논리보다는 절망의 목소리만이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를 구출하고자 하는 건강한 사회상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여의도 국회의 모습을 저녁 밥상에 뛰어오르는 애완견과 오버랩 시켜 보여준다.
 장은수 시인은 충북 보은 탄부 장암2리 출신으로 2003년 현대 시로 문단에 나와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그동안 시집 2권 “전봇대가 일어서다”, “고추의 계절” 시조집 “서울 카라반”, “새의 지문”, 이번에 발간되는 “풀밭 위의 식사” 3권 총 5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장은수 시인의 창작능력을 인정받아 천강문학상 시조 부문 대상, 서포 김만중 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문예발전에도 전력해 사)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지회지부협력위원회 위원, 사)한국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 (사)열린시조학회 명예회장, 시조전문지 『정형시학』 책임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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