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가 그리운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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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가 그리운 노년
  • 보은신문
  • 승인 2020.09.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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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친구’보다는 ‘동무’라는 용어가 일상어였다. 어린이들의 애창곡인 오스트리아 민요에 윤석중이 가사를 붙인 동요 ‘봄맞이 가자’에도 ‘동무들아 오너라’로 노랫말이 시작된다. 그러던 것이 은연중 사라진 것은 북한의 ‘동무’라는 사회적 호칭이 작용했을 터이다.

 우리 국어사전에 ‘동무’는 엄연히 ‘친구(親舊)’의 순우리말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즉,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을 이르는 ‘동무’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일컫는 ‘친구’와 비슷한 뜻의 순우리말이다. 또한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벗’이라고도 했다.

 동무가 순우리말 이다보니 예부터의 속담도 몇 개 있다. 이를테면 ‘어미 팔아 동무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있어야 한다’를 빗댄 말이다. ‘동무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자기는 하고 싶지 않으나 친구에게 이끌려 덩달아 하게 됨’을 이른다.

 어쨌든 요즘은 ‘동무’나 ‘벗’보다는 ‘친구’라는 용어가 보통어다. 남자들이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자란 벗을 ‘불알친구’라 한다거나, 남녀 공히 술로써 사귄 벗 또는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을 술친구라고도 한다. 최근 각종 미디어 프로그램과 축제장, 노래방에서 안 불러지는 때가 없을 정도의 대중가요 ‘보약 같은 친구’란 노래도 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친구지만, 자식보다, 돈보다 더 필요한 사이라고 노래한다. 언제 갈지 모르는 별것 없는 인생이지만 사는 날 까지 같이 가보자고 읊조린다. 그렇다. 어쩜 인생의 성공은 돈과 권력을 많이 가지는 것보다 좋은 동무 몇 명 있는 것이 더 행복일지 모른다.

 무분별하게 무한한 돈과 권력을 추구하며, 무도한 짓거리를 저질렀던 전직 대통령 등 많은 인사들은 지금 감옥살이를 하며 불행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은행 계좌와 집 안 금고에 금과 돈을 쌓아놨지만 보약 같은 동무는 단 한 명도 없어 우울해 하는 사람도 무수히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애송했다는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란 함석헌의 시가 있다. 그 시는 만릿길 나서며 처자를 내맡길 수 있는 동무,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 날 믿어주는 그런 동무가 한 명이라도 있는가하고 묻는다.

 또한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동무가 과연 있는가하고 거듭 물어온다. 허나 이는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바로 그런 사람인가’하고 자문해보는 내용도 내포되어 있다.

 좌우지간 노년의 삶 일수록 동무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 비역질의 상대가 될 정도의 동무처럼 순수하게 자신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죽음조차 함께 대화를 나누고, 우스갯소리로 얘기도 하며, 맘껏 웃고 울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그래야 노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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