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상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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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상강 사이
  • 보은신문
  • 승인 2020.08.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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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휴가 성수기였던 지난 주 7일은 입추였다. 그리고 낼모레는 말복이다. 연중 절기의 신진대사는 관문인 입(立)에서 비롯되고 진행되며 마무리 된다. 오행 상, 목이 봄의 기운으로 일어나는 것을 입춘, 화의 여름은 입하, 금의 가을은 입추, 수의 겨울은 입동이다.

 다만 절기의 기운이 일어났다(立)해서 곧 바로 계절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입추를 지났으니 명목상 가을이지만 실제는 여름과 가을이 동거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광복절인 낼모레 15일은 가기 싫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무더위의 끝물인 말복이다.

 올 역시 예년처럼 말복이 지나야 비로소 무더위가 물러갈 것 같다. 그런데 복날의 ‘복(伏)’자는 ‘엎드리다, 항복하다’라는 뜻인데 왜 개 견(犬)자와 얽히게 됐는지 궁금하다. 보신탕을 즐기는 혹자들은 이를 파자로 풀어 사람(人)이 개(犬)을 끌고 가는 형상이라며 식견을 정당화한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도 우리의 복날처럼 더운 날을 ‘개의 날’로 표현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때부터 ‘큰개자리’ 별자리 중에 가장 큰 시리우스 별이 보이면 무더위가 시작된다며 ‘Hot summer day'라 했는데 이보다는 ’Dog day'라 부르며 치킨을 즐긴다.

 어쨌거나 말복이 지나면 삼복더위도 굴복한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무더위 말복이 입추 지난 첫 번째 경(庚)일이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존경스럽다. 물론 완연한 가을의 기운을 느끼려면 입추와 입동 사이의 백로와 한로를 맞이해야만 한다.

 백로(白露)는 음인 땅의 기운인데 차갑고 맑은 이슬방울을 맺게 한다. 식물군은 나뭇잎의 색소를 변환시킬 준비를 한다. 한로(寒露)는 양인 하늘의 기운으로서 더 차가운 한기로  대기 중의 수증기를 서리로 변화시켜 지상의 물체 표면을 얼어붙게 한다. 바야흐로 가을 날씨다.
 
 가을에는 이외에도 처서, 추분, 상강이 있다. 즉, 가을의 문턱 입추와 말복을 지나면 더위가 서서히 사라지며 낮과 밤 일교차가 커진다는 처서가 온다. 다음에 백로가 오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에 이어 한로가 오고간 뒤엔 본격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당나라 시인 한유는 이 때를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라 했다. ‘아침에 직언하고 저녁에 좌천되어 지방에 내려갔다’는 강골인 그는 유종원, 이백, 두보와 더불어 당나라 사군자에 꼽히며 칭송된다.

 어쨌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절이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간의 모습들이 결국은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70년 만의 폭우사태로 큰 손실을 입은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원상회복되기를 바란다. 지난 보은군 수해 때 은혜를 입었던 보은군민들은 차제에 물심양면 이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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