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개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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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개 타령’
  • 최동철
  • 승인 2020.07.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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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이다. 이른 아침 텃밭일로 잠시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도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송골송골하다. 얼른 세수를 한 뒤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더워진 몸의 체온을 낮춘다.

 이젠 지칠 때가 됐는데도 코로나19란 바이러스 놈의 기세는 아직 여전하다. 이 더운 날 마스크를 한 채 사회활동을 해야 하니 참 갑갑하다. 하지만 어쩌랴. 부지불식간에 내가 전염이 된다면 또 다른 주위 분들에게 위험을 전파하는 사회적 피의자가 될 것 아닌가.

 이런 때는 그저 그늘진 시원한 곳에서 부채질하며 먹고 마시고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최선일 듯싶다. 옛날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초복부터 입추까지 10일에 한 번씩 신하들에게 얼음을 나눠주어 삼복고열(三伏苦熱)을 무사히 넘기게 했다.

 또한 민간에서는 역병을 예방하기 위해 복날 팥죽을 쑤어먹었다. 유명 약수터의 시원한 물 한바가지를 꿀꺽꿀꺽 들이마시기도 했으며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과 물가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더위를 극복하고 양기를 돕기 위해 이른바 ‘보신탕’이나 ‘영양탕’이라 불리는 개장국을 먹었다. 예전엔 보편적으로 복날엔 개를 잡아 고기와 국물을 즐겼다. 허나 요즘엔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서양 관습이 정착화 되면서 개장국을 선호하는 이들은 죄인이다시피 되고 있다.

 사실 개는 소 돼지 닭 등 가축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 감정의 동물이다. 사람과 정서적으로 서로 의지할 때가 많다. 주인의 표정과 눈빛을 읽고 행동하거나 자제할 줄을 안다. 자신의 아픔을 주인에게 호소할 줄도 안다. 무엇보다 주인과 희로애락을 같이 느낀다.

 이쯤 되면 복날 먹을거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만물의 영장 인간다움일 것이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체내의 열이 피부로 몰린다. 반면 위장 등 내장은 차가워진다. 기력도 떨어져 체력이 허약해지고 체온조절이 잘 안되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내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양식 즉 뜨거운 음식이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따뜻하여 원기를 더해주고, 위장과 비장에 기운을 나게 한다’고 기록된 대표적인 음식이 삼계탕이다.

 장어구이도 복날 보양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장어는 한자로 만(鰻)이라 쓰는데, 하루에 네 번 먹어도 또 먹고 싶을 만큼 맛있고 몸에 좋은 고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뜨거운 음식이 싫다면 시원한 콩국수도 여름날 보양식이다. 콩물에 메밀면이나 우뭇가사리면도 괜찮다.

 이번 복날에는 개장국 애호가들이 색다른 보양식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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