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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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상
  • 최동철
  • 승인 2020.05.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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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부처님 오신날’ 행사는 낼모레 펼쳐진다. ‘코로나19’여파로 원 사월 초파일을 한 달 건너 뛰어 윤사월 초파일을 행사일로 옮겨 잡았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가 열릴 터이지만 사찰마다 불자의 염원을 담은 연등이 빼곡하다.

 불가의 초기경전에는 연기(緣起)와 무상(無常)이 자주 등장한다.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은 조건이 갖춰졌기에 생겨났으며, 조건이 유지되는 한 존재할 뿐이다. 또한 한 번 생겨난 것은 소멸할 수밖에 없고, 소멸한 것은 흩어진 재처럼 본래의 자체로서는 다시 환원되지 않는다.

 암수의 인연으로 생명이 탄생한다. 허나 살아 있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간다. 젊음이 알게 모르게 늙어가며 쪼그라든다. 온갖 노인성 질환이 찾아오고 급기야 인지능력마저 상실해 버린다. 인생무상이다. 하지만 불가의 인생무상은 단순한 허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처께서 열반에 들자 수호했던 제석천은 이같이 무상을 읊는다. ‘모든 것은 덧없고, 이는 나서 없어지는 법, 나고 없어지고 없어지면 그만이니, 없어져 고요함은 즐거움이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무상의 의미를 깨닫고 인생이란 한낱 꿈처럼 덧없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처가 활동하던 시대, 인도 코살라국에 가우타미라는 여인이 있었다. 결혼 한지 수 년 만에 가까스로 아들 하나를 낳았다. 늦둥이 아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엄청났다. 그런데 한창 재롱을 부리던 아들이 괴질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가우타미는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외쳤다. “아이를 살려 낼 약이 없습니까?”.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해 악취를 풍겼다. 그래도 그녀는 아이를 안고 내려놓지 못했다.

 몇 날 며칠이 지났지만 약이 있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여인이여, 내가 그 약을 지어 주겠노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석가모니였다. 대신 약의 원료가 되는 겨자씨를 얻어 오라고 했다. 겨자씨는 어느 집에나 있던 흔한 조미료였다.

 하지만 약의 재료로 사용하려면 지금까지 죽은 자가 한 사람도 없는 집의 겨자씨라야 했다.  가우타미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당신 집에는 죽은 사람이 없습니까?”고 물으며 다녔다. 사람이 죽지 않았던 집은 단 한 집도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가우타미에게 석가가 물었다. “아직도 겨자씨가 필요하냐?” 가우타미가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화장하고서 장례를 치른 뒤 비구니가 됐다. 누구나가 가까운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보낸다는 인생무상의 이치를 알게 됐다.

 인생이란 꿈속 세상 같고 뜬구름처럼 무상하다. 부처님오신날을 겸허하게 맞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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