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던 군수주민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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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던 군수주민소환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0.05.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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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5개월 남겨둔 정상혁 군수가 주민소환으로 낙마했다면 그야말로 대사건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뻔 했다. 주민투표를 통해 군수에 대한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소환이 돌입한지 8개월 21일 만인 지난 15일 주민소환측의 철회로 일단락됐다.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는 “청구인 대표자가 사퇴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주민소환투표 절차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운동본부측은 철회사유로 ‘주민소환법과 서명자 명단 공개, 군수의 위력’ 세 가지를 꼽았다. 한편으로 ‘친일발언 설화’로 기인된 군수주민소환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안 된 상황은 아니었는지 물음도 가져본다. 군수주민소환은 서명부 작성과 투표율 33.3%를 넘기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 됐다. 주민소환제가 2007년 도입된 이후 100여건이 추진됐지만 실제 소환이 이뤄진 것은 하남시의원 2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게 유일한 성공사례다.
주민소환본부는 “주민소환법은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단체장과 그 추종세력들이 서명자 명단을 공개 열람하는 취약점으로 인해 주민들은 주민소환청구요건을 갖추기 위한 서명조차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주민소환을 하지 말라는 법과 같다”고 했다. “친일 망언으로 주민소환 대상자가 된 정 군수에게 서명부 정보가 들어가게 되면 작은 지역사회에서 곧바로 블랙리스트가 되고 살생부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주민소환본부는 서명자 명단 공개를 살생부에 비견했다. “보은군은 군재정 의존도가 높은 곳으로 소상공인이 군을 등지고 영업을 할 수 없고 보조금을 받는 농민들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또 공공형 일자리에 의존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들 또한 군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어느 지역이든 주민은 직간접, 크고 작든 지자체 혹은 공무원들과 관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한 최근의 사태는 한 사례이다. 속리산의 경우 코로나로 군이 유치하는 대회와 전지훈련이 전면 중단되면서 오가던 많은 체육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상권이 맥을 못 쓰니 이 지역 주민은 군 역점사업의 하나인 스포츠마케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러고 보니 군이 각종 대회 유치에 비용들인다고 크게 꾸짖을 일만은 아니다. 사람 끌어들여 지역경제 살려보자는데. 대게 사람은 나이 들수록 가치나 이념보다 이해관계에 움직인다.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느 편을 옹호한다고 비난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투표율도 부담이 됐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서명요건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투표율 33.3%룰 넘기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주민소환법 제정 이래 110건의 주민소환운동이 펼쳐졌지만 군의원 2명을 소환하는 것에 그친 것으로도 주민소환법의 실효성이 떨어진 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했다. 서명자 검수결과 주민소환본부가 제출한 서명자 4691명 중 원천무효 서명수가 306표로 투표요건인 4415명에서 30표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소환본부는 “소환반대측의 방해로 중복 서명이 250명이 나왔고 나머지는 미성년자, 주소지 불일치 등”이라고 해명했다. 주민소환은 역대 현황을 보더라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주민결집이 큰 도시보다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주민소환본부는 서명부 열람 첫날 “그동안 서명을 방해해왔던 정상혁 군수 측근들과 일부 단체장, 이장,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장사진을 치고, 서명부를 열람한 후 지역별로 누가 서명했는지 취합하고 색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참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날 “서명하지도 않았는데 온 가족이 서명부에 올라 있어 진실 규명 차원에서 경찰에 고소하고 있으니 취재를 바란다” 제보도 들어왔다. 보은선관위는 이날 “서명부 열람은 60여명, 이의신청은 9건이 들어왔다”고 했다.
주민소환은 선출직 공직자를 다시 표로 심판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소환반대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간과해선 안 될 중대 사안이다. 더불어 중복서명, 미성년자 서명부 등재는 허위서명이다. 허위서명은 대의를 조작하는 것과 같다. 주민소환 과정에서 행여 도를 넘어선 부정.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그 실체가 명백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눈감으면 정략적 목적에 악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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